[단단글방 4월 6일차]

눈이 구백 냥

by 공감녀

★ 5일 차 글감 (4.6. / 월)


[글감]

“피로가 쌓일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



“피곤해 보인다”

“아니야, 그냥 피곤하게 생긴 거야”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설을 읽을 때면 부러우면서도 속상한 부분이 있는데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다. 눈동자와 눈빛이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반듯이 눈에서 빛이 나거나 초롱초롱 또는 형형하다.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이 눈동자를 통해 표현된다. 그런 면에 내 눈을 비추어보면 나는 늘 희미하고 기운 없고 멍한 사람이다.


눈의 피로는 간 기능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기질, 체질, 건강이 오장육부의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동의보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나의 간 상태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눈 상태로 보면 특별히 건강할 리는 없어 보인다. 조금 피곤한가 싶으면 이미 눈은 싱싱함을 잃은 고등어 눈깔처럼 탁하고 생기가 없어져 있다. 가장 빠르게, 아니 앞질러서 피곤한 상태라고 온 동네에 광고를 할 판이다.


나에게도 눈빛이 반짝이고 생기가 돌던 때가 있기는 했던가. 마음도, 팔다리도 생생한데 왜 눈은 지레 피곤하다고 호들갑을 떨어대는지. 뾰족한 마음에 예쁘지 않은 말들이 나오지만 사실 미안한 마음도 크다. 좀 더 잘해 주어야 했는데 말이다. 진작에 물도 많이 마시고 먼 산 보기, 모니터, 핸드폰에서 구해주기 등등.

피곤함에 가장 예민하게 먼저 반응해 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밉기도 하다. 그새를 못 참고 풀려버리기 일쑤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는데. 눈을 얼마큼 잘 보살피는가가 노년의 질을 좌우할 거라는 찜찜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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