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고들빼기, 엄니
★ 2일 차 글감 (4.2 / 화)
[글감]
“오늘 내 몸이 가장 먼저 반응한 순간은 언제였는가”
오늘 아침 출근길을 걸으며 자꾸만 눈길을 끄는 게 있었습니다. ‘아! 이 녀석이 조만간 글감이 되겠구나’라며 사진도 찍어 보았습니다. 오늘뿐 아니라 3월부터 내내 눈에 밟히던 녀석입니다.
바로 고들빼기입니다.
고들빼기는 보통 지난해 늦여름이나 가을에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웁니다. 겨울 동안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뒤, 봄볕이 들면 비축했던 에너지를 터뜨리며 쑥쑥 자라나는 것이죠. 즉, 지금 보이는 싹은 지난겨울을 온몸으로 버텨낸 승리자들입니다.
그래선지 이 녀석들을 매콤 달달하게 무쳐서 한입 가득 먹는 상상을 하면 몸에 기운이 불끈 솟는 것만 같습니다. 호미로 쏙쏙 캐내고 싶은 근질근질한 반응이 반갑기까지 합니다.
엄니는 때가 되면 고들빼기를 데쳐 쓴맛을 우려낸 후에 고추장에 무쳐 내시곤 했습니다. 4월이 되면 당연히,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엄니도 안 계시고, 길가에 앉아 고들빼기를 깨 낼 부지런도, 장날 사다 무쳐볼 의욕도 없고 보니 옛날 그 맛을 다시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엄니가 아프시고부터 수년간은 봄에 올라오는 고들빼기의 그 씁쓸한 기운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엄니! 전 데친 나물보다 쓴맛이 가득 묻어나는 생 고들빼기가 더 좋아요’라고 말하고 싶은 걸 오래오래 참았습니다. 덜 쓰고 부드러워야 먹기에 좋은 엄니의 입맛을 저도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였고요, 고만 투덜대고 반찬가게에 가서 꼭 한 팩 사다 먹고 봄을 나야겠습니다.
본능처럼 길가의 고들빼기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몸속 어딘가 남아있는 쌉싸름한 맛, 봄나물 캐던 어린 시절의 향수, 기지개를 켜라고 봄이 주는 선물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