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차 글감 (7.22 / 화)
글감 : 길 잃음이 준 선물
길에 잘못 들어서거나, 방향을 잃었을 때 느낀 감정과 그로 인해 얻게 된 깨달음이나 경험을 이야기해 보세요.
지도를 펴 들고 부산을 내려가는 길은 너무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눈대중과 지도상 거리를 어림잡아 거리를 예측했습니다.
세 번째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코너에 있는 큰 건물을 빨리 알아보는 센스가 필요했습니다.
운전에 집중하는 남편과, 신나게 지도를 보며 우회전 좌회전을 외치는 저는 지도를 보는 일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일인지 경험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지도만 있으면 현재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돌아가도, 한두 번 유턴을 해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20여 년 전에는요.
언젠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고 있는데,
굽이굽이 꼬부랑 길로 가라 하더니 논 한가운데로 안내하는 겁니다.
의심스러웠지만 그 사이에 지름길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가라는 데로 움직였습니다.
급기야 작은 농가주택의 막다른 길 앞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가 더 어이가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목적지를 100여 미터나 비껴 안내하는 기계인지, 눈을 뜨고도 논 가운데로 들어가는 사람인지.
지금은 다들 아시다시피 더 복잡하고 먼 길을,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길을 잃을 기회도, 길을 벗어나야만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선물과 경험도 알 수가 없습니다.
지도를 보며 신나 하던 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엉터리 내비게이션은 계속 수정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안전하고, 더 빠르며, 더 능률적으로 삽니다.
또한 더 익숙해지고, 더 심심해지고, 더 안주하며, 더 뻔해집니다.
이러다 아주아주 재미없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