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차 글감 (7.24 / 목)
글감 :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글쓰기 가이드: 여행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거리 두기를 통해 더 선명해진 것들에 대해 써보세요.
사실 저는 MBTI라는 걸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4가지 조합의 영어 약자도 무얼 의미하는지 잘 모르고 애써 배우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화성 남자 금성 여자처럼 다른 점을 좀 더 분류하고 잘 이름 붙여 놓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매번 딸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아들도 있지만 인생에 굴곡이 없는 녀석이라 쓸거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MBTI를 조사하면 저와 반대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몽골 갔을 때 일인데 엄청난 오프로드 길을 엄청난 경력의 기사님과 몇 시간 달렸습니다.
엉덩이가 공중에 떠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었지만 힘도 많이 들었지요. 그 왁자지껄 하는 동안에 딸애는 혼자 귀에 에어팟을 꽂고 딴 세상에 있는 듯했습니다. 풍경에 대한 감탄사나 수다에 동참하지 않아서 지루해한다고 짐작했습니다.
말이 없고 감정표현이 적어 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비위를 맞추려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뜻밖의 후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차를 달려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긴 시간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엉덩이가 들썩거려 꼬리뼈가 아프지 않아서도 좋았답니다.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누빌 때(예상보다 먼 거리를 오래 탔기 때문에 누볐다는 기분이 들었음. 실제로 그 정도 일리는 없음.) 긴장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지만 이 또한 매우 인상 깊어했다는 것입니다.
쌍봉낙타의 솟은 혹을 손잡이처럼 잡고 사막 경험을 하는데 딸애의 낙타는 손잡이가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흐느적거리며 누워있는 혹을 겨우 붙잡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낙타 체험도 실패 같아 속으로 끙~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딸애는 낙타의 목줄을 잡아끄는 열 살 남짓 남자아이의 맨발과 뿌루퉁한 표정을 더 선명히 기억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피붙이 하나를 이해하는 일만도 쉽지 않습니다.
장시간 비행이 두려울 만큼 꼬리뼈가 아프다는 사실도 가벼이 넘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튀어나와 보이는 꼬리뼈를 쓰다듬으며 고통에 공감하려 했습니다.
여행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와 같은 경험이 아님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 지기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유한 경험과 고유한 성격, 고유한 기질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도구로써의 여행은 최고의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