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8월 16일 차]

머리 했습니다.

by 공감녀

★ 16일차 글감 (8.19 / 화)


글감 : 내가 나를 가장 잘 돌봤던 날은 언제였나요?


주말에 머리를 했습니다.

오일장 날과 겹쳐 붐비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손님은 나 하나였습니다.

평생 없이 살아왔는데 앞머리가 있으면 앞쪽 탈모가 덜 하다고 원장님이 앞머리를 싹둑 잘랐습니다.

처음 해 보는 건 다 좋았습니다.

머리를 하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누군가 머리를 만져주고 감겨주고 말려주는 시간은 정말 감지덕지한 시간입니다.

한 시쯤 끝났지만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2시간 걸리는 파마가 4시간 걸린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고 가까운 카페에 갔습니다.

시원한 수박 주스를 한잔 마시며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하러 들어오는 복작복작한 공간이

나와는 섞이지 않는 투명한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집에 있는 두 남자(남편과 아들)가 스스로 점심을 해결하리라 내버려 두었습니다.

내가 가져간 책은 조정래의 ‘아리랑’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소설집이었습니다.

책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모르는 여인의 편지’를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한편 한 편의 이야기들에 금방 빠져들었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주신 믹스 커피와 삼립 보름달 빵으로 속은 든든했고,

카페의 수박 주스로 얻은 의자와 테이블 하나는 나를 소설 속으로 깊이깊이 데려갔습니다.

4시에는 집에 가려고 했는데 어느덧 5시가 되었습니다.

김밥 4줄과 쫄면을 사 들고 집에 들어가는 걸음이 경쾌했습니다.

나에게 너무 잘 해준 시간이라 뿌듯했습니다.

파마머리에서는 약 냄새가 폴폴 풍겼는데 그마저도 향긋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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