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8월 18일 차]

나의 쓸모

by 공감녀

★ 18일 차 글감 (8.21 / 목)


글감 : ‘잘 쉰다’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인가요?



22년 8월부터 23년 12월까지 16개월을 쉬었습니다.

내 인생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까요.

24년 1월 평정이 될 때까지.


얼마나 알차게 쉬었는지 아주 아주 완벽했습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시간에 똑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을 회사에 내려 주고,

친정에 가서 농사일을 거들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또 함께 퇴근을 합니다.


혼자 영화도 보고 도서관도 가고 호숫길도 걷고,

하는 건 한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벼르고 벼렸는데 그렇게 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형제 가족들의 대소사를 모두 맡아하느라 일주일,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내 덕에 부모형제는 마음 놓고 단잠을 이루었습니다.

시어머님은 며느리가 여전히 출근한다고 아시기에 걱정도 없으셨고요.


오래 해오던 아르바이트로 내 보험료와 용돈은 해결했으니 눈치도 덜 보였습니다.


정말 잘 쉬었습니다.

이런 시간은 다시없을 겁니다. (뒷방 할머니가 되기 전까지)

나는 온 사방을 차로 누볐고, 때마침 골치 아프던 송사도 해결했고,

누구에게든 꽤 쓸모 있는 사람으로 16개월을 보냈습니다.


춘추전국 시대가 없었으면 중국은 통일되지 못했겠지요.

그 시대의 공맹사상은 이후 중국의 정신적, 문화적 바탕이 되었습니다.

내 쓸모는 쉬는 동안 커졌고, 지루해지는 일상을 좀 더 오래 버티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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