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9월 3일 차]

농사일

by 공감녀


★ 3일차 글감 (9.3 / 수)



[글감]



“지금 나를 가장 성장시킨 ‘하루 10분 습관’을 돌아보세요.”






나의 성장을 막는 나쁜 습관만 수두룩하게 떠오릅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을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하루 10분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하루씩 10년으로 본다면 분명 습관이라고 들이밀 수 있지 않을까요.




월 2~3회 주말에 농사를 거들러 친정에 갑니다. (겨울은 빼고)


30여 년간 이어 왔으니 습관이라고 우겨봅니다.


무엇보다 이 일이 얼마나 나를 성장시켰는지 생각합니다.




아직 농사보다 힘든 일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8시간 앉아서만 일하는 육체는 점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평생 작은 에너지로 겨우겨우 일과 일상을 잡고 삽니다.


그나마 근력과 지구력 인내심을 붙드는 것이 농사일입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병에 시달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농사는 절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투닥투닥 다투시는 부모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존재라는 걸 잘 아십니다.


혼자 10개의 일을 한다면 둘은 50개의 일을 할 수 있고, 농사는 최소 20개는 해야 꼬라지가 되는 일입니다.


혼자 농사하는 집안은 망합니다. 빚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혼자 잘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수십 년 일로 다져진 소소한 솜씨들을 배우는 거 또한 대단히 가치 있습니다.


매듭 짓는 방법, 포장을 말아두는 법, 삼각 호미와 귀호미가 어디에 용이한지, 쟁기들을 걸어두는 선반은 어떻게 만드는지, 고추 복토를 어떻게 해야 잘 자라는지, 배추심기 딱 적당한 때, 수미와 두백감자가 어떤 요리에 적합한지, 고추를 말리는 노하우.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작은 일들이 나에게 어떻게 스며들었고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하나씩 살피고 설명하고 싶어집니. 불가능할 테지만요.


몸은 먹는 음식과 행동, 생각과 말하는 것으로 채워집니다.


사는 곳의 자연환경과 기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여름 뙤약볕에도 고추를 따고, 먼지 뒤집어쓰고 들깨를 터는 순간들이 어떻게 나를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아버지는 성실합니다. 장남으로 가장으로 평생을 성실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머도 있고 고집도 있고 인물도 키도 다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많이 있습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죠.




어머니는 사실 없는 것이 많습니다.


키, 식성, 여우짓, 밥심, 비겁함, 며느리 복, 부자 남편, 부모 복, 형제 복 등등


하지만 있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호기심과 수용성, 공평함과 자존감. 자기 효능감.


없는 것들을 다 덮어버릴 만한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아니었다면 가까이서 이런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부모라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내 삶과 연결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함께 생사를 건너온 전우들이 끈끈한 전우애로 연결되는 것처럼


함께 농사일을 하며 흙을 통해, 태양과 바람을 통해 같은 시공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면


세대 차이만큼 우리는 멀어졌을지 모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엄마에게서 톡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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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받침 쓰기’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미는 다 이해했으니까 상관은 없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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