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9월 4일 차]

몸으로 하는 공부

by 공감녀

★ 4일차 글감 (9.4 / 목)



[글감]


“어른이 되어서 새롭게 시작한 공부가 내게 준 변화는 무엇인가요?”

( 또는 30대 이후, 40대 이후, 시니어가 되어, 중년 이후 등)



또 엄청난 글감을 주시네요.

새로 시작한 공부도 없을뿐더러 변화를 일으킨 것은 더더욱 없기에 앞이 깜깜합니다.

고민고민 하다 ‘필라테스’를 생각해 냈습니다.

몸으로 하는 공부가 아닐까 합니다.


시작은 2019년 즈음입니다.

허리가 불편해 세면대에서 수그리고 세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척추나 디스크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근력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작하고 알게 된 또 하나는 왼팔을 똑바로 들어 올릴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평소에 높이 들어 올릴 일이 없었던 거죠.


개인교습 3개월 동안 너무 슬펐습니다.

도대체가 늘지를 않았습니다.

힘이 없어 5초 버터야 할 동작에 3초 버티기도 힘들었습니다.


강사님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3개월을 추가 등록했습니다.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능숙하게 하기보다 정확히 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룹수업에 참여해 보라고 권하셨지만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퇴직금을 끌어모아 또다시 개인교습 3개월을 신청했습니다.

왼팔이 귀에 닿을 만큼 올라갔고 척추에 무리 없이 복부 힘쓰는 방법을 알아갔습니다.

종종 두통이 올 때는 강사님이 어깨와 목 안마를 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명랑하고 실력 있는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드디어 그룹수업에 참여하게 된 날 너무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제일 구석에서 몸을 푸는 동작만으로도 지쳐가는 저질 체력이지만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 힘을 내보리라 다짐했습니다.

20~30대 젊고 건강한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간간이 덩치 좋은 젊은 남성도 눈에 띄고 나이 지긋한 남자 어르신도 체험 삼아 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저는 눈에 띄는 실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룹에서는 강사님들이 바뀌는데 그분들의 눈빛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힘은 모자라지만 정확인 동작, 느리지만 끝까지 놓치지 않는 호흡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성취라는 게 어떤 도파민을 뿜어내는지 경험했습니다.

상황 변화 때문에 지속할 수는 없었지만

다시 시작한 요가에서도 탄탄히 다져진 기본기로 또 최고 실력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시골 동네 여성회관에는 50~60대 여성이 많고 어디 한구석 아프지 않은 분들이 없습니다.


용 꼬리보다 뱀 머리가 되는 희열 또한 도파민을 뿜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걸어서 요가 교실까지 같습니다.

걷기에 힘을 다 써버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기에 고민 끝에 걷기를 선택하고 요가를 그만두었습니다.


여전히 체력은 부족하고 딱딱해지는 어깨와 잦은 두통은 평생의 골칫거리지만

수백만 원을 들여 익힌 공부는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 당시 이직을 하지 않았다면 큰돈이 드는 운동은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흔한 말을 내가 써먹게 되었습니다.

저속노화의 전파자 정희원 교수는 70대부터를 본인의 전성기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걷고, 달리고, 농사짓는, 몸으로 하는 공부.

100세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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