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0월 10일차]

완두콩

by 공감녀

★ 10일차 글감 (10.15 / 수)


글감 : 돌아보는 한 해, 추수의 은유

곡식이 결실을 맺듯, 올해 나의 삶에서 수확한 것과 놓친 것 정리하기.



완두콩이 있다.

몇 해의 경험으로 수확이 아주 까다로운 녀석임을 알았다.

손으로 일일이 따내야 하는 완두콩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면,

미리미리 일손을 꼭 확보해야 한다.

하루라도 늦으면 품질이 확 떨어진다.

알차게 단단히 여문 콩 꼬투리 속에는 금방이라도 처질듯한 콩들이 빈틈없이 앙증맞다.

하지만 모든 작물이 그렇듯 한 번에 고르게 익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알맞게 여물었을 때 따 내도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콩들이 있기 마련이다.


얼핏 비슷해 보여도 꼬투리에 꽉 차지 않은 덜 여문 콩들,

꼬투리를 들어보면 가볍고 여지없이 알도 작다.

어떤 꼬투리는 대여섯 개에 한참 모자란 서너 개만 들은 꼬투리도 있다.

덜 여문 모자란 완두콩.

그것이 올해의 나다.


상품으로는 가치가 없다.

그러나 나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말겠다.

아직 덜 여문 것은 기다려 주지 않는 부지런한 놈들 때문이다.

상품으로 남들에게 내놓지는 못해도 먹을 수는 있다.

맛도 아주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작아도 콩이고, 무엇보다 완두콩은 단단해지기 전에 말캉하고 부드러운 맛에 먹는 콩이다.


단단하게 야물어지는 검은콩이나 흰콩은 뿌리와 가지, 잎들도 단단하고 억세게 자란다.

반면에 완두콩은 뿌리도 얗게 내리고 가지며 잎사귀들도 부드럽기 그지없다.

콩 나무 보다 콩 넝쿨에 가깝다.

그만큼 빨리 자라고 빨리 양식이 될 수 있다.


그만하면 족하다.

그만해도 먹을만하고 예쁘게 보아줄 수 있다.

다만,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야물어진 콩들을 망신시키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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