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1월 6일차]

안녕! 눈

by 공감녀


★ 6일차 글감 (11.7 / 금)



[글감]


나의 몸이 나에게 해주는 일 중 가장 고마운 것은 무엇인가요?





안녕! 눈.


오늘은 몸의 한 부분을 떠올리며 고마웠던 구체적 순간을 묘사해야 해.


사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어디 하나 고맙지 않은 곳이 없기도 해.


그중에 너를 선택한 것은 가장 쉽게 약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의 감정을 담아내는 눈동자에 대한 묘사가 절대 빠지지 않잖아.


남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감정의 동요를 잡아내는 건 모두 눈이잖아.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싱그러워져.


그런데, 사실 넌 많이 부족하잖아. 물론 그게 네 탓은 아니지.


넌 기분 나쁠지 몰라도 부족하다고 고맙지 않은 건 아니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


사실 이건 좀 억지스럽기도 해. 반전이나 유머, 역설 같은 거지.


너 때문에 실망하고 속상했던 순간만 생각나는데 고마웠던 일을 굳이 애써 찾아내는 일은 똥고집 같은 거거든.


그래서, 구체적인 순간을 잡아낼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네가 무사히, 진득하게,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어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어.


사실 미안한 순간들이 백배는 더 많지. 둘째 낳고 조리원 있을 때 티브이도 보고 책도 보고 널 못살게 군 거. 평소 물 한 모금 안 먹고 널 바짝바짝 마르게 한 거. 바람 많이 불 때도 꽃가루 날릴 때도 널 방치하고 무시한 거. 무엇보다 컴퓨터, 핸드폰의 전자파와 빛으로 널 혹사시킨 거.


이렇게 잘못한 것 투성인데도 여전히 넌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있네.


늦었지만 좀 더 성실해 볼게. 널 더 많이 아끼고 내 할 바에 더 충실할 게.


사실은 말야. 별 탈 없이 걷고 뛰고 먹고 자고 하면서 너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어.


공기나 햇빛처럼 중요함은 최상인데 생색도 안 내고 당연한 듯 누리고 있으니까 종종 까먹는 거지.


너가 없거나 큰 변고가 생겼다는 상상만 해도 너무 아찔하다.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어. 네가 없으면 어떻게 내가 나일 수 있겠니.


이런 고백과 각성이 부디 너에게 가 닿아서 네가 더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워. 그리고 정말 감사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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