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닫으라
★19일차 글감 (2.23 / 월)
[글감]
“요즘 내가 자주 놓치고 있는 나의 신호 한 가지는 무엇인가?”
입을 닫으라.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다. 언젠가 나도 꼭 가슴에 품었다 실천해야지라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요즘 너무 많이 입을 열고 사는 순간들과 맞닥 뜨린다. 아뿔싸,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이상하면서도 신기했다.
내성적이고 입이 어눌한 나에게 말을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머릿속에서, 입술에서 말들이 맴돌다 사라지기 일쑤어서 답답하던 때가 많았지만 덕분에 의도치 않게 입이 무거워지고 실수가 줄어들어 다행인 면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입이 가벼워졌다. 나도 놀랄 정도로 말이 길어지고 머릿속 생각들이 문장으로 턱턱 만들어지기도 해서 신나서 더 떠들어 대기도 한다. 그런데 말의 횟수뿐만 아니라 강도도 세어졌다.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실수가 잦아졌다. 너무 확신에 찬 말들, 남들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기나 한 듯한 착각, 듣는 사람의 심정을 살피지 않은 경솔한 말들. 아, 나이를 먹을수록 입이 가벼워지는 사태를 미리 알았기에 나온 말이었구나.
나에게 자꾸 신호를 보내온다. 입을 닫으라. 닫고 들으라. 확신에 찬 말을 내뱉는 순간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깨달음은 입을 닫는 순간에만 찾아온다. 어느 현자의 말이었을 이 문장이 살아서 꿈틀대며 내 뺨을 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