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2월 17일차]

봄날

by 공감녀

★ 17일차 글감 (2.20 / 금)

[글감]

“명절 이후, 내 마음의 온도는 지금 몇 도쯤일까?”


봄날


마음의 온도라. 평소의 온도를 15도쯤이라 가정할 때, 현재 내 마음의 온도는 15도.

연휴 첫날 20도까지 올라갔다가 설 전날 18도. 당일에는 17도 어제는 16도 드디어 오늘 15도를 찾았다.


“나는 제사 지내는 맏아들이랑은 결혼 안 해”

“왜? 그게 어때서?”

“어떻긴, 엄마처럼 하기 싫어.”

“좋은 점도 있어. 그리고 엄마는 힘도 별로 안 드는데”

“몰라, 싫어. 나는 안 해.”

“그래, 너는 뭐 할 필요 없지. 니 마음이지.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은가 보네”


설 전날 딸애와의 대화를 생각하다 13도로 떨어진 온도를 다시 18도로 고쳤다. 갑자기 온도가 휙 올라간 이유 역시 딸애 때문이다. 반 강제로 조카들과 꼬치 전 꽂기부터 해 오던 일을 좀 더 흔쾌히 도와주더니 올해는 동태 전 부치기를 오로지 혼자 해냈다. 예상을 뛰어넘은 솜씨로 척척 후딱 해치우는 걸 보고 삼촌 숙모 할 것 없이 모두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다. 칭찬받을 거리가 생겼다는 것,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고 뿌듯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 명절이 어찌 나쁠 일인가. 나이 먹고 세뱃돈의 액수도 늘어나서 본인은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 산등성이로 성묘를 따라다니느라 신발이 흙투성이가 되는 일도 이젠 자발적이 될 만큼 몸에 익었다. 아빠랑 성묫길 거리에서 파는 곶감을 사려다 장사꾼의 수완에 넘어가 만 원에 사려던 곶감을 삼만 원에 두 봉지를 사가지고 왔다. 속았다고 어이없어 투덜대면서 세상 이치도 알아가고 얼마나 좋은가. 부쩍 자랐다. 사춘기 투덜이 까칠이 여학생에게서 쬐금 성숙한 티가 난다. 덕분에 연휴 내내 내 마음의 온도는 평소보다 올라갔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영하권으로 마음을 얼려버리던 녀석이 이제는 따뜻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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