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둣국
★ 16일차 글감 (2.19 / 목)
[글감]
“명절이 끝나고 가장 먼저 돌아오고 싶은 나의 일상은 무엇인가?”
만둣국
끝내주는 화력으로 기똥찬 만둣국을 끓여 보겠다는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구닥다리 화덕은 영 시원찮은 불꽃에 그을음만 뿜어 올렸습니다. 펄펄 끓어야 할 육수가 매가리 없는 김만 겨우 스멀스멀 올라오고 마는지라 보다 못해 도로 부엌으로 큰 솥을 옮겨와 냉동만두를 넣고 퉁퉁 불리고 말았습니다.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남편 탓을 할 수밖에요. 그렇게 여러 번 당부했건만, 그렇게 장담을 하더니, 그 모양인 화구를 떡하니 내놓다니.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건 왜 만둣국이 맛있는 걸까요? 국도 없이 반찬이랑 전, 떡만 드시다가 뒤늦게 퉁퉁 불은 만둣국을 드셨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며 잘 드시는 겁니다. 저도 배가 터지게 한 대접을 먹었습니다. 대체 왜 맛있는 걸까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답은 하나, 육수라고 확신했습니다. 매년 갖가지 육수를 시도하다가 올해 드디어 최고의 조합을 찾은 겁니다. (자세한 정보는 영업 기밀) 만두는 지자체의 지원과 운영으로 빚어내는 할머니들의 손만두를 매년 이용합니다. 엄마 만두 다음으로 맛이 있습니다. 방앗간에서 금방 사 온 떡국떡은 특별한 역할은 못합니다. 그럼 역시 비법은 육수.
두 그릇씩 드시며 안절부절 마음 졸인 며느리에게 잔뜩 공치사를 하신 어르신들에게 새삼 따뜻함을 느낍니다. 떡만둣국 한 그릇이 대단할 리가 없는데 명절 아침에 함께 모여 편안히 밥 한 끼 먹는 일을 대단한 일로 여기시며 스스로도 뿌듯 해들 하십니다.
참, 돌아오고 싶은 일상이 오늘의 주제였지요. 어제저녁, 오늘 아침 한 솥 남은 퉁퉁 불은 떡만둣국을 먹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도 바닥에 가라앉은 엄청나게 불어난 떡들을 건져 먹어야만 합니다. 고민입니다. 남은 만둣국이 사라진 일상으로 오늘 저녁에 복귀할지 내일 아침에 복귀할지. 한동안은 만둣국을 먹지 못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