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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ynote Oct 11. 2024

술만 마시면 빨개지는 얼굴, 내 건강은 괜찮은 걸까?

술만 마시면 이제는 얼굴이 계속 빨개지는데, 건강에는 과연..

어느 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늘 그렇듯 분위기가 좋았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한 잔 두 잔 술이 이어졌다. 


그런데 술이 조금씩 들어갈수록 친구들 중 한 명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너 얼굴 엄청 빨개졌어!"라고 장난스럽게 놀리자, 그는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난 원래 그래, 술만 마시면 이렇게 돼."


어릴 적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대학 시절 처음 술을 마셨을 때, 내 얼굴은 금방 빨개졌다. 모두가 "너 술 잘 못 마시는구나!"라고 농담을 던졌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작은 현상이 단순한 반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얼굴이 빨개지던 그날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나는 최근 읽었던 한 연구 결과가 떠올랐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 이를 단순히 "체질"이라며 웃어 넘기기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단순히 혈관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건강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경고가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현상은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문제는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변할 때 생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물질로, 우리 몸에 쌓이면 얼굴을 붉게 만들고 숙취를 유발한다. 그런데 나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몸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남게 되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 역시 그런 체질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았다. 술자리에서 얼굴이 붉어진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어릴 적부터 종종 있던 그저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이 이제는 나를 불안하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을 때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였다. 결국 나와 내 친구 같은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진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친구와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술 마실 때마다 얼굴 빨개지는 거 그냥 괜찮다고 생각해?"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게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면... 나도 좀 더 신경 써야겠네,”라며 말하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담배까지 피운다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훨씬 커진다. 마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경고는 내게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을 마시지 않는다고 다 괜찮은 것도 아니었다. 얼굴이 하얘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저 혈액 순환이 잘 안 돼서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는 부교감신경 기능의 저하를 나타내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술을 마시고 나타나는 신체 반응은 우리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술자리에서 얼굴이 붉어진 친구를 보면, 그저 웃고 넘어가지 않는다. 내가 겪었던 불안과 깨달음이 그들에게도 중요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작은 현상이 때로는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나는 내 건강을 더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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