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소리가 점점 커지거나, 대화 중 같은 말을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면 단순한 노화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청력이 떨어질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문제가 아니라, 뇌가 소리를 이해하려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기억력이나 판단력처럼 다른 인지 기능에 쓰일 자원이 고갈되기 쉽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진은 MRI를 통해 난청이 있는 사람들의 뇌 위축 속도가 빠르며, 특히 기억을 맡는 해마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난청의 정도에 따라 치매 발생 위험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이 약 2배, 중등도는 3배, 고도 난청은 최대 5배까지 치솟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치매 환자 3명 중 1명은 난청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난청은 뇌 자극 저하, 사회적 고립과 우울로 이어져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난청에 따른 치매 위험은 조기에 대처하면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70세 미만에서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무려 61% 낮았습니다.
영국의 대규모 데이터 분석도 보청기 착용자가 치매 위험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이들의 치매 진단율이 현저히 낮고 진단 시기도 3배 이상 늦춰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청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난청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질병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난청 환자 중 실제로 보청기를 착용하는 비율은 20%를 넘지 않고 있습니다.
보청기가 '나이 든 사람’이나 ‘장애인처럼 보일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70세 이상에서는 뇌가 이미 상당히 위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기 착용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입니다.
대화에 자주 되묻거나, TV 소리가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즉시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안경을 쓰듯 보청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청력 검진 프로그램의 국가 지원도 절실합니다.
귀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