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시작
할까... 말까... 며칠 간의 고민 끝에 결국 우버 앱을 내 스마트폰에 설치한 것은 이틀 전이었다.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면허증, 보험정보 등 요구되는 서류들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앱에서 시키는 동작을 직접 따라 하는 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본인인증 절차까지 마쳤다. 정식 우버 드라이버가 되었다고 승인 이메일을 받은 것은 어제였다. 간단한 과정들을 거치고 하루 만에 정식 우버 드라이버가 된 것이다. 뭔가 뿌듯한 마음에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입사한 지 3달 남짓 된 그 신입 사원에게 나도 우버 드라이버가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의 이름은 Anil, 인도 백그라운드를 가진 나보다 8살 어린 친구다. 그는 오래된 동지라도 만난 듯 기뻐하며 오늘 퇴근 후 바로 시작해보라고 한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것저것 가르쳐 줄게 많을 거라며 함께 다운타운으로 가자고 한다. 일이 너무 급작스레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오늘 퇴근 후라면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못 이긴 척하며 그의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 10분 전부터 나는 이미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Anil이 알려준 건당 배달비와 주문량이 가장 높은 황금시간대에 맞추어 나의 첫 번째 배달 일을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Anil이 내 쪽으로 반쯤 뒤돌아 앉아 고개를 돌려 몇 번이고 사뭇 비장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자신을 따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런 눈빛이라면 몇 년 전까지 재밌게 하던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 (Call of Duty) 시리즈의 어느 미션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가슴이 뛰었다. 나의 첫 우버 딜리버리
오후 5시.
입사한 지 갓 3달이 넘은 Anil이 산란기 연어처럼 자리에서 솟구쳤고 출구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과 함께 짙은 속눈썹에 둘러싸인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나오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잽싸게 미리 챙겨 놓은 백팩을 낚아채고 좀 어색하지만 빠른 발걸음으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등 뒤로 들려오는 팀원 중 한 명의 인사는 걸음을 유지한 체 손을 흔들어 화답했을 뿐이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Anil과 나 사이에 벌써부터 전우애가 감돌았다. 그렇게 우리는 내 차를 타고 함께 격전지로 향했다. 가는 동안 그는 우버 앱 사용과 관련하여 간략한 브리핑을 해주었고 나는 별다른 질문 없이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해 나갔다. 드디어 높다란 건물들의 모습들이 멀리서 보인다. 다운타운. 밴쿠버 도시의 심장. 예전에 일 년 정도 다운타운 안에서 살아 본 경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로부터 멀어지며 조용한 동네 쪽으로 거주지가 옮겨진다. 이제는 몇 달에 한 번,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싶거나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고 싶을 때 종종 와보는 것이 전부인 곳이 돼버려서 새삼스레 여기 일 하러 왔다고 생각하니 낯설게 느껴진다.
오후 5시 30분.
도심 초입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거리에 잠시 차를 세웠다. 몇 블록 앞이면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넘쳐나는 활기 넘치는 중심부, 아무 때나 정차하는 것도 힘들 것이기에 우리는 비교적 한적한 차이나타운 쪽을 거점 삼아 나의 첫 비즈니스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현재, 광역 밴쿠버 안에서 배달비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 주문량도 가장 많은 지역에 와있다. 시간과 장소,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들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좋다. 해보자. 거치대 위에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우버 앱에 들어갔다. 거침없이 화면을 밀고 터치해 나가는 나의 검지 손가락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찾을 수 없었고 힘 있고 당당한 면모마저 보이고 있어서 지난 일주일간의 고민은 이제 그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앱을 통해 코로나19 안전 수칙에 관련된 간단한 질문들에 답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내 얼굴을 촬영하여 인증받는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곧바로 시작 버튼을 누르고 언제든 배달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상태에 돌입했다.
영업 시작.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며 첫 주문을 기다린다. 석양빛에 물들어 번쩍이는 다운타운 마천루의 모습이 마치 황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