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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저 킴 Feb 19. 2023

 피터 린치의 지극히 '교과서' 적인 '투자이야기'

LearntoEarn_Peter Laynch John Rothchild

주식 투자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봤을 그 이름 피터 린치(Peter Lynch).

여기저기서 주식 투자계의 레전드라 칭송받는 그의 이름과 수많은 어록들을 풍문으로만 들어오다 이제야 그가 쓴 3권의 책 중 하나인 '투자 이야기 (Learn to Earn)'를 읽게 되었다. 그의 저서 3권은 아래와 같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One Up on Wall Street>, 1989

이기는 투자 <Beating the Street>, 1993

투자 이야기 <Learn to Earn>, 1995


발간 연도가 꽤 오래되었고(1995년), 참으로 오랜만에 잡아 보는 주식 관련 서적인지라 내용 이해가 어려우면 어쩌나 우려가 되었으나, 마치 주식 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투자의 기초부터 교육하듯 쉽고 자상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해 설명해 주는 피터 린치 선생님 덕에 나 같은 투자 문외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이미 주옥같은 주식 관련 명언들을 쏟아냄으로 전 세계 밈 제조기가 되신 린치 선생님.

이 책 또한 주식 투자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 강조에 힘쓴 많은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그야말로 클래식 서적이었기에 흘려버릴 내용이 전혀 없이 재미있게 쭈욱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의 영웅, 피터 린치 선생님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플러스섬(Plus-sum) 이라구!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자주 자본주의에 대해 오해하고 싶어 하고 착각에 빠지고 싶어 하는 점이다.

언제나 얻는 자 가 생기면 잃는 자가 생긴다고 믿는 것. 승자의 득점이 곧바로 패자의 실점으로 이어지는 제로섬 구조의 세상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의 게으름과 무지를 덮기 위해 나 자신이 스스로 뿌옇게 뿌려놓는 연막 같은 것이다.


피터 린치 선생님은 본격적인 경제/금융/시장/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국의 역사에 대해 차근차근 되짚어 준다. 신대륙 발견 및 청교도 이주부터 시작해 월 스트리트에 뉴욕 증권 거래소가 들어서고 나스닥(NASDAQ)이 창립되기까지 건국의 성장통으로 시작해 세계 제일의 경제 강국이 되어가는 미국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자본주의의 확장은 결코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플러스섬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주식 시장은 비단 여러 기업들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덩치를 키우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큰 기여를 했다. 

 

주식 시장은 우상향의 시장이다. 나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주식을 통한 손실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주식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언제나 우상향의 시장이다. 만약 주식 시장이 정체된 시장이고 더 이상의 성장이 없다면 모든 투자자들은 그 시장 안에서 검투사가 되어 각자의 이득을 위하여 상대방의 피를 흘리게 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통해 유수의 기업들은 생존할 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을 통해 자산/수익/성장가치 높이게 된다. 물론 기업의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그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또한  오른 게 된다. 주식 시장은 우상향의 시장이다. 플러스섬의 시장이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빨리 이 시장에 참여하라고 린치 선생은 강권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공부 없이 투자 시장에 들어가는 건 패 안 보고 포커 치는 것과 매한가지 라며 충분한 공부를 통해 투기 시장이 아닌 투자 시장에 들어오라 역설한다.  



타이밍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흔히들 주식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터 린치 선생님에 의하면 주식 시장의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일 뿐만 아니라, 극단적 예를 들어 20년간의 장기투자 기간 중 어느 한 사람은 매년 최고점에 어느 한 사람은 매년 최저점에 같은 금액을 동일한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시 발생하는 수익률 차이는 연간 1.6% 뿐이다. 타이밍이란 것은 린치 선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말 그대로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얻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치 있는 주식을 찾아 투자하고 지겨워질 때까지 그냥 묻어두라는 것이다. 그렇다.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늘 망각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떡볶이를 보고도 침이 고이지 않을 것이고, 두 눈은 불안하게 떨릴 것이다. 잠을 이룰 수 없고,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플 것이다. 그러나 내가 팔지 않으면 손해는 실현되지 않는 것! 주가는 허상이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기업의 가치를 믿고 기다려라. 당신이 끝내기 전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린치 선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나 손절매(loss-cut)에 강한 일침을 가한다. 주식 시장에 장기적 계획으로 참여해야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예측 불가능한 불장(bull-market)에 올라타 충분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장기적 계획이란 말 그대로 장기적 관점의 계획이다. 린치 선생에 의하면 10년 이상 때론 2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 기간으로 여기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 계획을 가진 투자 전략이라고 한다. (나의 지인 중 한 명은 본인이 오직 장기 투자만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한 달 정도이다. 린치 선생님을 꼭 소개해 주고 싶다.) 



내 이름은 피터 린치, 주식 투자가 가장 쉬웠어요!


피터 린치 선생님의 주식 투자법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한 뒤 장기 보유하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무지한 나를 포함해서...) 기업에 대한 충분한 공부 없이 많은 돈을 들여 주식을 사놓고 떨어지는 주가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적잖은 손실과 함께 주식을 판다. 그리곤 어느새 다시 돈을 들여 주식을 사놓고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주가는 장부상의 변화일 뿐, 진짜 손실은 본인이 주식을 파는 순간 발생한다. 그러므로 주가가 떨어진다고 스트레스받을 게 아니라,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인내를 감내해야 한다. 

주가 하락은 결코 주식 매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결코 비싸게 매수해 온 주식을 헐값에 팔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연약한 인간. 그저 강한 의지와 정신력 만으로는 결코 이 장기투자 방법을 완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린치 선생의 강력한 시스템은 바로 여윳돈 투자이다.


반드시 투자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저 돌처럼 묻어둘 수 있는 여윳돈으로 시작하라는 것!



Peter Lynch 선생과 그의 아내 Carolyn Lynch 여사. Lynch 여사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일말의 요행과 잔꾀 없는 그야말로 '교과서' 적인 그의 투자법에 누가 의의를 재기하며 반론을 펼칠 수 있을까? 


학창 시절 우리들은 나름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교과서뿐만 아니라 동아전과, 표준전과도 펼쳐 놓고 공부했건만 수능 만점을 획득한 형, 누나들은 뉴스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피터 린치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니 과거의 수능 시험 만점자들을 접하게 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과연 린치 선생의 투자법을 따를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인가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 FOMC) 회의가 있는 날이면 한국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라이브로 회의 및 의장 연설을 시청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우리들은 남의 나라 중앙은행 의장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남의 나라 소비자/생산자 물가 지수를 눈여겨보게 되었는가?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 믿고 있지만 우리는 어쩌면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막다른 길에 내몰려 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된 건 아닐까? 영끌이 보편화된 이 시대에서, 때로는 목숨을 걸고 투자에 뛰어들어야 하는 우리 세대에게 린치 선생의 주장대로 제발 여윳돈으로 주식을 해!라고 외치는 것도 참 씁쓸한 노릇인 건 사실이다.

 

수천 가지 주식 종목 코드는 외워도 딸의 생일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회의를 품고 46세에 은퇴를 결심한 피터 린치 선생님. 숫자의 탐욕에 삼켜지지 아니하고 박수 칠 때 떠나간 그의 결단 또한 그의 투자법만큼이나 훌륭하고 멋지다고 보인다.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저서 2권이 남아 있다는 것은 내게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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