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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13. 2019

(3) 경영 전략 컨설턴트 일기: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첫 프로젝트가 헬 프로젝트 

* 이 글은 2018년 6월에 쓰여지고 2019년 2월에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광화문의 경복궁과 빌딩숲이 잘 어울린다


   이제 입사한지 3달이 넘었다. 저번 글에서 예상했던 대로 그 이후로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프로젝트는 저번에 비해 모든 방면에서 더 힘든 프로젝트다. 출근 시간도 1시간이나 이르고 퇴근 시간은 더 늦다. 클라이언트 분들 16여명과 co-location 을 하는데 클라이언트분들과 터치가 전혀 없던 전 프로젝트와 완전히 대비된다. 우리 회사에는 프로젝트의 상황을 체크하는 서베이 제도가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2주에 한 번씩 실행할 때마다 빨간색 (빨간색이 많을 수록 여러 방면에서 안 좋은 것임)이 더 많아지는 일명 ‘헬프로젝트’ 다.


   하필이면 이렇게 힘든 프로젝트가 NCP 이후 첫 프로젝트가 되었는데다가 빌링이 되는 assoicate 이 되었다는 중압감이 나를 처음 몇 주간은 계속 짓눌렀다. 지금은 적응해서 조금 나아졌지만 첫 몇 주는 이렇게 살다간 안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말은 안했지만 산업재만 아니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첫 프로젝트에 이어 또 산업재 프로젝트다.  원래 흥미 있는 분야도 아닌데다가 특이한 work setting 과 높은 클라이언트 expectation, 그리고 퇴근 시간 등을 다 고려해봤을 때 내 기준 정말 힘든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서바이벌 할 수 있을 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프로젝트 중반을 넘긴 지금, 세상에 쉬운 것도 없지만 안되는 것도 없구나 생각했다.


   하루는 클라이언트 한 분이 이걸 느꼈는지 처음 봤을 때의 웃음이 사라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프로젝트의 힘든 정도를 내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고 하면서 요즘 프로젝트가 아주 극악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냐 그러셨다. 원래 같았으면 웃으며 아니에요~괜찮아요 했을 나지만 정말 너무 힘들고 배고플 타이밍이어서 힘들긴 힘들다고 말해버렸다. 안 괜찮은데 어떻게 괜찮다 하는가.. 이렇게라도 티내야 좀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 뒤에는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냐, 이게 첫 프로젝트냐 하는 것들을 물어봤다. Co-location 이라는 것을 듣고 아마 클라이언트 분들이 내 나이나 경력을 궁금해할 것이라 예상을 했었는데 실제로 한 세 분정도가 학번이나 나이를 물어왔다. 업계에 10년, 20년 계셨던 분들 입장에서 새파랗게 젊은 애가 와서 이 자료 달라, 이건 이렇게 봐야한다 하는 걸 들으면 얼마나 웃길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회사를 등에 업고 있어서 마냥 무시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 BCG는 업계 지식을 알려주러 온 게 아니고 전략을 고민해주러 온거니까… 나는 혼자가 아니고 팀도 있고 팀장님도 있고 파트너님도 있고 KT도 있으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프로젝트 내내 생소한 단어들과 내용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매주 새로운 지식을 공부해야 서바이벌할 수 있다. 대학원이나 여기나 답지도 없이 야속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공부해야한다는 게 참 비슷하다.


힘들었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삶의 만족도는 높다. 배우는 즐거움이 있고 배워감에    따라 성취감을 느낀다. 싸이클이 짧다보니 안 좋은 피드백에 자괴감이 들다가도 금방 turn around 가 된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몇몇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끝이 날지 프로젝트 끝난 뒤에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다음 프로젝트도 기대되고 내 2년 뒤, 5년 뒤도 기다려진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라이프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변동성이 크다. 이렇게 저렇게 상상하며 원동력을 얻는다. 

(2019년 2월 추가: 이 때 삶의 만족도 가 높았다니 아이러니 하다 진짜..)


   보고 전후로 바뀌는 작업 방향 덕에 보고 중에 시간을 잠깐 내어 글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짧은 글을 두달 간 완성할 시간이 없었다니…! 다음에는 develop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 2019년 2월의 comment: 나는 지금 두번째 고비를 맞고 있는 듯 하다... 쉽지 않다... 분명 이 때보다는 덜 힘든 것 같은데 아무튼 힘들다. 좀처럼 적응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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