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싸대기로 정신 차리기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면 모를 때보다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보면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나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도록 일기를 쓴다.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기 위한 일기는 저녁에 쓰고 성찰을 하기 위한 일기는 아침에 쓴다.
아침 일기를 쓰면서 어제를 돌아보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적어보면 왜 그렇게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파고 들어가다 보면 나의 불안과 걱정을 마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을 마주했다고 금세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할 수 있는 객관성이 생긴다.
그동안 나를 바로 잡기 위해 해 왔던 좋은 습관이 흔들림을 알아차렸다. 또다시 핸드폰을 켜는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로 잡기 위해 아침마다 나 자신을 성찰해 봤다. 독서도 글쓰기도 해도 해도 제자리인듯한 모습에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자꾸 자기계발을 위해 시작한 일을 어떻게 하면 수익화할 수 있을지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초심을 잃고 그렇게 벗어나려고 했던 외부의 영향에 또다시 흔들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생은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늪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도 모르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멀리 가긴 힘들고 더뎌도 돌아오는 건 순식간이다. 왜 그럴까. 왜 노력해도 안되는 걸까. 삶을 짧게 보기 때문에 그렇다. 인생 길다. 평균 생존기간 80년인 시대다. 40살이어도 아직 산만큼 더 살아야 한다. 평생 다져온 습관을 한두 달 만에 바꾸려니 당연히 안된다.
'30일 만에 끝내는...', '주식 투자 1년 만에 N억 벌기' 등 단기간 내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꼬드기는 도서, 유튜브 영상, SNS가 판을 친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것만 따라 해서 나도 성공했다는 후기가 넘친다. 그러니 나도 단기간에 무엇을 이룰 수 있겠다고 착각하고 막상 해보니 잘 안돼서 좌절감에 빠지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세상에 그런 거 없다.
다 자기가 한만큼 가져가는 거다. 적게 노력하고 생각하고 신경 써놓고 많이 가져가라 하지 마라. 누군가 당신의 돈을 그렇게 가져가려 한다면 분명히 욕부터 하고 가만히 놔주지 않을 것이다. 혹세무민은 역사에서 사라진 적이 없다. 종교, 인종, 이념 등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가장 큰 혹세무민은 경제적 부를 단기간에 쉽게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 월 1천만 원은 누구나 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극적인 멘트 아래 나만 거지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뺨을 때리며 정신을 바짝 차린다. 이런 유치한 멘트에 흔들린다는 건 내가 취약해졌다는 증거다. 세상에 공짜 없다. 생판 본 적도 없는 남이 뭣 때문에 날 흔쾌히 도와준다는 것인가.
이런 유의 자기계발서나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 내가 지금 심리적으로 많이 취약해져 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안해지면 줏대는 사라지고 남들은 어떻게 하나 기웃거리며 염탐하는 심리다. 이런 심리를 잘 아는 마케팅에 홀랑 넘어가 쉽게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유료강의를 결제할 뻔했다. 평소에는 사람마다 각자의 성공방식이 있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는 저 사람도 저렇게 해서 돈 벌었는데 나라고 못하겠냐는 이상한 근거 없는 자존심이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이런 상태에서 했던 선택 중에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 다행히 이번에는 후회할만한 선택을 하기 전에 스스로 멈췄다. 이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이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최근 무언가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들어 그동안 잘 지켜온 중심이 흔들렸다. 그간의 일기를 쭉 살펴보니 주기적으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다행인 점은 안 좋다고 느끼는 주기가 오는 시점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다시금 깨달았다. 안 좋은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올 수밖에 없다. 이 시기를 잘 넘기려면 평소에 준비를 잘해야 한다. 지금 이런 시기를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는 걸 보면 평소에 큰 발전 없이 그냥저냥 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믿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그동안 해온 기록을 통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잘 살아오고 있었다. 어느새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독서와 쓰기가 나만 그렇게 느꼈을 뿐 계속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다시 찾았다. 지금 이런 기분은 감기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지나갈 거 맘 편히 먹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