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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are of Awareness Jun 05. 2024

몸이 감정을 만든다.

감정이 몸에 우선한다는 착각

뇌는 몸을 해석하는 기관이다. 몸이 올려 보내는 모든 감각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습을 추론한다. 몸이 보내는 감각은 오감을 비롯한 외부 감각과 몸이 보내는 내부감각이 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뿐 아니라 몸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신호도 해석한다. 느끼지 못하지만 심장, 폐, 소화기관, 신경, 근육 등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리적 실체에서 지금도 뇌로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있다. 


몸이 주는 신호를 해석하여 뇌는 감정이라는 값으로 돌려준다. 내장기관의 신호와 몸의 자세, 움직임이 감정을 생성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어떤 자극에 대해 감정이 먼저 유발되고 그에 맞춰 몸이 변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뇌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몸이 먼저고 감정이 나중이다. 


산에서 곰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그러면 이 상황을 판단할 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호흡이 빨라지고 동공이 커지고 이를 악물고 손에 땀이 나고 입이 마르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위기상황에 자동으로 발동되는 투쟁-도피 반응이다. 이 말은 뇌가 위험상황이라고 판단해서 몸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곰이라는 자극에 몸 상태가 먼저 변하고 그 상태를 뇌가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 곰이 나를 공격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공격을 해온다면 어떤 패턴으로 할지 궁리하는 건 자살행위다. 일단 도망치던 맞서 싸우던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해야 살 확률이 높아진다. 생각은 나중이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니며 우월하고 열등한 상하관계가 아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경험으로 체득한 선조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몸의 상태와 정신 상태는 순환구조다. 아주 피곤한 상태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쉽게 올라온다. 몸 상태에 따라 감정이 변하는 건 다들 경험하는 바이다. 기분이 울적할 때 산책이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효과가 있는 이유다. 일상에서 자세가 흐트러지면 마음과 정신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정을 잘 다스리려면 몸과 친해져야 한다. 감정을 가라앉힌다고 습습후후 백날해봐야 효과 없다. 호흡도 바른 자세와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 해야 효과가 있다.


나도 일하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을 살펴보면 어느샌가 어깨는 귀 아래까지 올라가 있고 몸은 책상에 얹혀 있고 눈은 모니터 앞에 가있다.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 몸의 하중을 승모근으로만 버티는 자세가 되어있다. 늘 뒷목과 승모근이 뻣뻣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승모근이 뭉친다. 역으로 승모근이 뭉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승모근은 뇌가 위기상황이라고 해석하는 근육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승모근이 뭉치는 게 아니라 승모근이 뭉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책상에 기대거나 엎드려서 무언가를 하면 집중이 잘 안 되고 다른 짓을 하게 되는 이유다. 승모근에 부하가 걸리면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전두엽을 써야 할 상황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두엽은 사람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드는 인지기능을 수행하고 편도체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게 하는 스트레스 유발 부위다. 둘은 시소 관계라 한쪽이 활성화되면 다른 쪽은 기능이 제한된다. 본능 주도하에 도망치던 싸우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할 여유는 없다. 


이런 스트레스 패턴은 원시시대 조상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반응 기제였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 증거다. 이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려 했던 조상의 유전자는 후대로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원시시대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은 몸을 써야만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현대인에게 위기상황은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은 거의 없다. 몸을 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보다 머리를 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거의 전부다. 하지만 지금이 원시시대인지 현대인지 모르는 뇌는 오랫동안 해오던 대로 한다. 일단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생각하는 기능을 차단해 버리고 모든 에너지를 근육에 몰빵 한다. 


성질 더러운 팀장에게 보고할 때 오타가 눈에 띄는 순간 움찔하게 된다. 그 신호를 우리의 뇌는 위기상황으로 해석하여 동공을 확장시키고 호흡을 가쁘게 하고 손에 땀이 나게 하고 심장이 벌렁거리게 한다. 뇌는 앞에 있는 게 곰인지 팀장인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이 위기상황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런 이성이 마비된 상황에서 헛소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역으로 이런 상황에서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의도적으로 그 부위를 이완하면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몸이 경직되는 신호를 스트레스라고 해석하는 뇌에게 다시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안심시키는 것이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긴장으로 오그라든 몸을 펴고 이완한다. 이렇게 자세만 바꾸고 몸을 이완하면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돌아간다. 몸을 똑바로 펴는 자세는 뇌가 안전한 상태라고 해석한다. 편도체가 안정되고 전두엽이 활성화되니 학습이나 업무에 집중력을 높아진다. 자세를 바로 하고 호흡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깊게 하면 몸을 이완하고 불안에 대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여 기분뿐만 아니라 주의집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마음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자세를 바로 해보자. 자세와 호흡이 안정되면 마음도 안정된다. 2분 동안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양발바닥을 바닥에 댄다. 허리와 어깨를 펴서 수직 자세로 만들어 준 후 호흡에 집중한다. 이것만으로 안티스트레스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늘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일이나 공부하는 중간에 언제든지 몸을 바로 세우고 목과 어깨, 가슴과 배만 이완시켜도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몸은 삶을 직접 맞닥뜨리는 실체다. 몸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진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동요하고 나쁜 감정이 올라오는 이유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도파민 생성기가 자세를 무너뜨리고 운동을 멀리하게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티브이를 껐을 때 허무함과 스트레스가 다시 엄습한다면 좋은 스트레스 해소책은 아니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흡연이나 음주는 스트레스에 지친 나를 혹사시키는 것과 같다. 자신이 진정 자신을 위한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운동과 바른 자세 유지는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실제적인 행위다. 자기혐오가 심할수록 몸에 많은 관심을 쏟고 관리해야 한다. 바른 자세와 운동으로 몸을 소중히 다루기 시작하면 자존감과 자애감이 높아진다. 마음근력이 생겨나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나의 몸을 소중히 대하고 돌보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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