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게
나는 호떡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어릴 때 천안이모네에 놀러 갔다가 먹고 체한 기억이 있어서, 오랫동안 호떡은 나에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음식이었다.
그날 이모는 간식으로 호떡을 준비해 두셨고, 주방에는 호떡 반죽 가루가 한 포대가 쌓여 있었다. 마치 호떡집처럼 이모는 계속해서 호떡을 만드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보통 집에서는 보기 낯선 풍경이지만 당시의 나는 그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천안이모는 우리 엄마의 두 살 터울 동생이다. 엄마가 기준과 제한이 분명한 사람이었다면, 이모는 그 반대였다. 머리는 늘 하나로 묶어야 했던 나에게 파마를 해주고, 군것질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던 엄마와 달리 과자를 박스째 사다 두는 분이었다. 마트에서 더위사냥을 살 때도 열 개가 아니라 서른 개를 사다 두는, 정말 엄마와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날 호떡은 끝없이 나왔다. 호떡을 먹고 나서도 점심을 먹고, 저녁까지 먹었을 것이다. 배가 불러도 멈추지 못했고, 어려서 그랬을까 그게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속이 완전히 탈이 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울렁거림을 참지 못해 부모님을 깨웠고, 결국 다 토해냈다. 그날 이후로 호떡은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는 음식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호떡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내 입맛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호떡집을 지나칠 때면 하나씩 사서 나눠 먹었고, 호떡은 조금씩 다시 손이 가는 음식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대전 노은동에서 먹었던 호떡이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를 둘러보다가 카페 같은 곳에서 호떡을 파는 집을 발견했는데, 그날 둘째는 아직 어려 차 안에서 잠들어 있었고 그동안 남편과 첫째, 나 셋이서 호떡집에 앉아 호떡을 먹었다. 그때 처음으로 호떡이 요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처음 호떡을 먹으며 볼이 빵빵해지고 눈이 동그래졌던 순간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호떡도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청주 할머니 댁에서 처음 먹은 쫄쫄이 호떡은 마가린에 거의 튀기듯 구워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좋고, 우리 엄마 스타일의 호떡은 한살림에서 산 찹쌀 호떡 믹스를 써서 속에 대추를 넣어 직접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대추가 들어간 호떡은 괜히 건강하게 먹는 기분이 들어 두 개쯤은 더 먹을 수 있게 한다.
요즘은 집 앞 PX에 호떡 믹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여름에는 눈에 띄지 않던 물건인데, 겨울이 되자 몇 번이나 진열대를 확인하게 된다. 아무래도 계약이 끝난 모양이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는 호떡 믹스 하나쯤 사다 놓아야겠다.
추억이 잊히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