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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May 30. 2023

여행 갑니다, 한국으로

5년 동안 아이들은 자랐고, 나는 늙었고

2018년 12월 한국을 떠났다.


두 달이 지날 무렵 남편의 비자 문제로 속을 썩고, 아이들의 적응문제로 조마조마했다. 낯선 나라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어떻게 살까, 확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그봐, 내 말이 맞았지? 해외살이 힘들다니까!! 남편 앞세워 고집 피워 가더니 이럴 줄 알았다"의 반응을 보는 게 끔찍이도 싫어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매일매일 고민했다.


2019년 좀 적응하나 싶었는데 새로운 이슈들이 생겨나고 내 마음과 엉덩이가 한국을 향해 들썩이게 만드는 이유들이 많아졌다. 이는 남편의 삼재를 이유삼아 원망하기에 이른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대이동의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은 나에게 2020년은 또 다른 이동을 눈앞에 마련해 줬고 난 다시 한번 바리바리 싸들고 예상치 못한 그곳으로 가게 된다.


2021년, 3년 전의 힘겨웠던 적응을 다시 하게 되며 새로운 낯섦과 마주하게 된다. 2022년 대 전염병 코로나를 겪으며 고립된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뉴질랜드 생활의 롤러코스터의 최고점은 아직 멀었다는 듯, 또다시 마음고생 파도가 밀려온다.


2023년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을 때 숨통을 틔어주는 계기 하나가 생겼고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우리 가족은 한국행을 결심한다.


완전한 귀국이 아니다. 5주간의 쉼표 여행이다.


35년간 살아온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다니며 해내기에는 5주간의 시간은 짧다. 뉴질랜드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그런지 가족과 친구들과의 만남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마음과 다른듯하다.


아이들에게 한국 방문을 발표하고 비행기 티켓을 보여줬을 때 첫째는 울음을 터트렸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볼 수 있다는 기쁨과 다른 하나는 자신이 늘 그리워하던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국의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놀거리를 거의 기억하는 첫째는 한국방문에 기대가 크다. chrome 사용능력이 엄마보다 낫기에 한국의 맛집과 카페를 검색하고 알찬 계획을 세워놓는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누나 옆에서 둘째는 질문이 많아진다. 한글공부를 시작도 못한 채 뉴질랜드로 온 둘째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어로 말한 시간이 더 길기에 한국말보다 영어가 익숙해졌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고 경험도 많지 않으니 누나의 계획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남편과 나는 불혹을 넘기며 부모님의 건강을 좀 더 살피는 나이가 됐다.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한국방문을 알렸고 나는 정식으로 학교와 아이 스포츠팀에 연락하여 출국과 귀국날짜를 알렸다. 장기간의 결석이라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나 증빙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고 즐거운 여행 하라며 결석을 미리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간결하고 심플해, 마음에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매주 집갑을 내며 살고 있기에 우리가 한국에 가있는 동안에 빈집에 대한 rent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국내여행을 다녔어도 열흘은 넘지 않았었기에 장기간 집을 비움에 대비하여 양 옆집과 앞집, 부동산 매니저에게도 미리 말을 해놓고 집 앞 우편물이나 택배수령을 부탁한다. 혹시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여 모든 전원을 끄고 수도를 잠가야 한다. 출국 2주 전부터 최소한의 장을 보고 냉장고와 냉동실의 음식을 하나둘씩 비운다. 장기간 부재가 티가 나지 않도록 남편은 출발 전날에 잔디를 최대한 짧게 깎아 놔야 하고 마당의 아이들 트램펄린도 혹시 모를 강풍에 대비해 나무에 더 꽉 묶어놔야 한다. 전원주택관리의 연장선으로 여러 가지를 체크하는 것이 번거롭긴 해도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물어주는 이웃들 덕분에 장기간 집을 비우는 것이 처음이어도 완전히 불안하지는 않다.


아이들은 올여름 홍수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혹여나 그날의 기상상태가 좋지 못해 비행기가 뜨지 못할까 봐 걱정이란다. 자기들의 가방에 인형을 몇 개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는 나의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출국하는 날의 일기예보를 보여주고 안심시켜 줘야겠다.


얘들아, 한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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