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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h May 25. 2023

인스타그램 보다 브런치

당신께.. 최면 좀 걸게요

당신은 날 알아도 몰라야 한다. 

당신은 날 몰라도 또 몰라야 한다. 


첫 글을 쓴 이유가 들키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의 슬픈 뒤끝을 쏟아 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 이름만 거창할 뿐 광고도, 수입도 그 어떠한 것도 돌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 내 글에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대가성이 없기에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속 시원히 털어놓고 나는 작가명과 프로필 사진 뒤에 꼭 꼭 숨어있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기 이전에 숨을 생각부터 한다는 것이 비겁하다 생각될지 모른다. 


그동안 드러내 털어버리고 싶은 상처는 갈 곳을 정하지 못했고 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은 왜인지 불편했다. '시집가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대우를 받으며 어찌 살고 있는 거니, 너도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구나' 생각할까 봐, 시누이와 그녀의 사촌언니 통화처럼 나를 오해하고 곡해하며 껌처럼 씹어댈까 봐.


오히려 날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게 이런 일이 있었어요.' 말할 수 있는 용기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날 모르는 사람들이 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 글을 찬찬히 봐줄 작가님들이 계시는 이곳, 나의 대나무 숲으로 브런치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물론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소리치고 바람이 불면 이야기가 퍼지듯 다음 메인에 뜨는 경우가 생기면 내 슬픈 뒤끝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테지만 그건 내가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나의 이야기가 울려 퍼질 일은 희박할 터. 



조카가 매일 밤 꾸는 꿈마저도 궁금해죽겠다는 내 동생과 주말마다 친정에 와서 반찬과 국까지 싹 가져가던 큰 딸이 엄마아빠의 도움 없이 뉴질랜드로 덜렁 떨어져 나가 매일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늘 기다리는 것을 안다. 뉴질랜드에서의 하루하루가 궁금할 나의 엄마와 아빠에게 우리는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열 장 꽉꽉 채워 넣고 하루의 일과를 적어놓는다.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이들의 짧은 동영상도 올려놓으면 친정식구는 빠짐없이 확인하고 나중에 영상통화하며 그에 관한 대화를 한다. 시가에도 나는 남편 대신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자주 보내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적고, 시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 뉴질랜드로 오기 위해 한국에서 그 난리블루스를 췄던 것에 비하면 나름 양가에 균형 맞춰 소식을 잘 전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난리블루스에 주인공은 이민병에 걸린 남편이었지만 어느새 욕받이는 내가 됐던 일화를 말하려다 보니 그동안 숨겨놨던 내 슬픈 뒤 끝을 마주해야 했다. 시간이 나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어 준 것인지 남편과 아이들과의 행복했던 기억이 내 슬픈 뒤끝을 옅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10년 전 일들을 모두 털어놓아 버릴 나의 대나무 숲은 브런치가 되었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둘째를 가져 쫓겨났던 나는 브런치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분명 대가성이 없는 공간임에도 나는 돈보다 더 큰 '위로'라는 대가를 받고 있다.


어찌 보면 고자질이다. 십 년도 더 된 나의 슬픈 뒤끝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었고 내가 속상해서 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지만 나의 고자질에 '힘들었겠다. 응원한다'는 댓글로 나의 응어리 진 10년을 진정시켰다. 이렇게 고자질하고 한풀이를 해서 진정되는 줄 알았다면 누구를 붙잡고 펑펑 울며 하소연이라도 한번 해볼걸 그랬다.


얼마 전 내 글에 곧 새댁이 된다는 다른 작가님의 댓글에서 갑작스러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행복이 가득해야 할 새 신부에게 나의 글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됐을까 염려됐고 미안했다. 세상살이, 결혼생활 모두 행복하고 쉬이 넘어가면 좋으련만 내가 겪은 일들을 꾹 꾹 눌러 담아 쓴 글은 조금 맵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나의 글에 위로를 주신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제 슬픈 뒤끝을 위로해 줘서 고마워요.

응어리를 안고 살지만 그렇다고 불쌍히 보지 말아요. 

다시 재밌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 제 글을 지켜봐 주세요. “


상처를 받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제 나에게 대나무 숲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브런치'란 좋은 대나무 숲이 있으니 힘든 일,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고 누군가에게 고자질이 필요하다면 이곳으로 와서 속풀이를 실컷 하자고. 


남에게 말하면 치부가 드러날까 눈치가 보인다면 어서 브런치 대나무 숲으로 달려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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