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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Feb 08. 2021

나이 먹는 오늘

마음을 쓰다

어릴 적 1년에 한 번 설이 되면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었다.

따끈한 떡국 한 그릇 후루룩 삼키면 먹는 신기한 나이, 두 그릇 먹으면 두 살이 더 먹는단다. 나이 먹는 거 별거 아니네. 참 쉽다.


10대가 되어선 "어린 게 뭘 알아?"

속상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가도 막상 어른들 하는 걸 봐선 절대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마음 따라 살다 보니 나이란 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20대 사회로 내딛은 발, 남보다 조금 일찍 직장이란 걸 다녔다. 사회에서 나이란 경력이고 연륜이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견뎌야 얻을 수 있는 월급이다.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포상처럼 받게 되는 개근상처럼 나이는 1년에 한 번 꼬박꼬박 주어진다. 사는 게 지루해 빨리 나이 들고 싶었다.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30대 결혼해서 새가정을 이뤘다. 나에겐 없을 것 같던 짝을 만나고 날 닮은 아이들도 태어나고 마냥 신기했던 날들. 사회를 빗겨나 집지킴이로 산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나이는 틈도 없이 빼곡히 박히는 석류알처럼 아이들 웃음과 울음 그 사이서 들어찼다.

 

40대가 되던 날, 이제 젊은 시절은 지났나 싶었다. 맘껏 돌아다녀도 문제없던 체력이 하나둘 미세한 신호를 보냈다. 늦은 결혼에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쉬고 싶은 날이 많았다. 사회 못지않게 나 자신과 내적 갈등으로 부댖기는 날이 허다했다. 나를 찾고 싶은 마음과 뭐든 해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 아이들이 있다.


마음은 만능이 되고 싶지만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많다. 그냥 영화나 보며  가볍게 인생을 논하는 게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니다.

인생 오춘기에 가까울수록 나이 세는 법을 잊는다. 내 나이는 여전히 40살에서 멈춰있다. 아마 그 수준을 넘지 못하는 나의 내면이 붙잡지 못하는 나이를 감당하지 못하나 보다. 삶의 깊이와 넓이는 세월이 간다고 저절로 생기는 나이테가 아니다.


나이야, 어디쯤 있니?

너의 오늘은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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