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사무친다.
아련히 퍼지는 아침 햇빛 한줌 고마워
창백해진 얼굴을 슬며시 내밀어 본다.
간밤에 겨울비 촉촉히 내린 화단에
눅눅한 흙내가 피어 난다.
혹여 반가운 연두빛 올라 올새라
살며시 들여 다본다. 아직이다.
코끝에 풀내음이 날 것 같은 오늘인데
새봄은 쉬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그제 산책길 밭두렁 어디에 무심히
이름모를 싹들은 잘도 났더니
정작 기다리는 나에겐 애 태운다.
내가 뭘 안다고, 언제 봄을 기다려 봤다고
주제 넘은 설레발로 하루를 시작한다.
묵어진 낙엽 쓸어 주기
널브러진 잔가지 치워 주기
몸을 놀려 봄을 맞이하자.
올 것 같지 않던 그 이도
햇살에 눈 녹듯 슬며시 곁에 젖어 들테니
그날엔
시린 겨울을 속히 배웅하고
반가운 새 봄을 맞으리라.
첫 봄에게 살포시 안겨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