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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an 28. 2021

나를 향해 멈추는 시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과 만나자.

우린 하루를 시작하며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핸드폰을 빠트리면 이야기가 안될 정도다.


인터넷을 하면 우린 타인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실제 만난 것도 본사이도 아닌데  떠도는 가상이 실체가 되는 것 같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 시간을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옛날 사람들은 책이 친구였다면 지금은 핸드폰이 친구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 속의 인터넷.


처음 인터넷이 나왔을 때, 그것을 website라고 불렀다.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접할 당시, 사람들은 검색을 하기 위해 책을 사서 배우기도 하였다.

이제는 배우지도 않고 나면서부터 받은 DNA처럼 아무렇지 않게 정보의 바닷속에 헤엄친다. 때로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포식자의 덫에 빠진 가련한 곤충처럼 헤어 나오지 못해 버둥거린다.


내가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스마트폰을 가지면서부터였다. 불과 10년밖에 안되었다.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면 번거롭게 전원을 켜고 따로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클릭 한 번으로 궁금한 정보와 연결할 수 있어 아주 파격적인 것이었다. 특히 혼자서 두 아이 육아를 해야 했던 나는 스마트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고립감 소외감이 밀려올 때면 습관적으로 무엇인가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돌아보면 그때부터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씩 무관심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어쩌면 정확하지도 있지도 않은 관계들을 만드느라 실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소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르는 것은 잠시도 참지 못하고 얕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한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SNS를 통해 드러낸다. 그것을 소통이라 여긴다.


우린 왜 조용한 시간을 견딜 수 없을까.

이미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자극받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허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현실에서는 실존하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우리 맘을 두드려도 쉽게 열지 않는 까다로운 사람이면서 인터넷이라는 가상 속에선 멀리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마치 그림에 떡을 보며 맛있겠다고 상상하면서도 실제 떡을 주면 먹고 싶은 마음이 없다. 상상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지만 실제 먹는 데는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다는 말은 자기다움이 없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의기소침해 지는 듯 하다.

존재의 힘.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만나는 진실한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하루 한 번쯤은 핸드폰을 치우고 조용한 시간, 내 존재에 귀 기울이는 틈을 주자.


대면의 시간, 화해의 시간, 내가 나다워지는 그때가 가장 자연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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