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을 해도 내가 살 만한 가격대의 물건이 없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 소외감이 느껴지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때 '백화점은 내가 올 만한 곳이 아니구나.'라며 소심하게 결론지었다.
날이 덥기도 하고, 시간도 애매하고, 벤치에 앉아 있기도 싫었기에 시간 때우기로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등 떠밀리 듯 걸어갔다. 백화점 출입문은 유난히 무거웠다. 마치 폼 잡고 서있는 수문장 같이 힘주어 밀고 당당히 들어서야 했다.
1층엔 두 세 사람 씩, 혹은 혼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세권이라 그런지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쁘게 진열된 액세서리, 신발,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하얀 가격표들은 자세히 들여 봐야 할 만큼 깨알 같은 글씨로 물건들의 가치 매김을 하고 있었다.
가격표를 볼 때마다 0을 센다.
'와... 비싸다.'
그렇게 한 참을 걷다가 내가 뭐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뭘 살 것도 아니고, 뭘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위축감을 적립하기 싫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갔다. 움츠러드는 어깨를 쭉 펴보았다.
번쩍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 왔다. 명품관이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곳이구나.
명품이 부럽지는 않지만, 명품을 사는 사람들의 당당한 씀씀이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비교'라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1층으로 가기 위해 급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의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낯선 나. 나는 불 켜진 버튼만 바라보았다. 1층에서 내렸으나 내가 들어온 곳이 아니었다. 출입구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다. 미로였다. 출입구가 어디인지 묻기라도 하면 촌스러워 보일 것만 같아서 모른 척 지하철 역사로 내려갔다.
출구로나오는 데 답답한 마음이 금새사라졌다. 화려하고 멋진불편한 곳을 통과한 기분이었다.
'나 참 촌스러운 사람이구나. 내 삶이 명품이면 되지.'
나에게 당장 큰 돈이 생기면 난 명품을 사러 갈까? 답은 아니다. 난 그 돈으로 내가 더 가치를 두는 곳에 쓸 것이다. 명품을 사는 사람은 그 물건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일 것이다. 비난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게는 백화점이란 곳이 다가가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한참을 걷다가 지하 통로 끝에서 낯익은 이름과 마주쳤다.
'다이소' 뭐든 다 있다는 그곳.
심지어 출입문까지 친절하게 열려 있었다. 이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상이 평등해진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