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한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책을 펼쳤다.
가만히 책을 읽고 있는데,
밖에서 '드륵드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눈 치우는 소리라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커튼을 열어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한 남자분께서 플라스틱으로 된 큰 삽으로,
열심히 눈을 치우고 계셨다.
아파트를 관리하시는 분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눈을 쓸고 계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출퇴근할 때, 집에서 지하철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하지만, 화요일 출근길에
서울 버스 파업으로 인해서,
버스가 전혀 운행되지 않았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지하철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갔다.
평소에는 택시 2 ~ 3대 정도가 늘 대기하고 있었는데,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아, 버스가 안 다니니까 다들 택시를 타고 갔구나.'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버스정류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 뭐지? 버스가 파업인데 사람들이 저기 왜 모여 있지?'
그래서, 그쪽으로 가 보았다.
정류장에 한 젊은 남성분이
연두색 야광 조끼를 입고 계셨는데,
그분이 다른 분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10분 후에 올 겁니다."
'어? 뭐가 10분 후에 온다는 거지?'
궁금해서 그 남성분에게 이렇게 물었다.
"10분 후에 뭐가 오나요?"
"네, OO 역 가는 임시 버스가 옵니다."
"아 그래요? 요금은 버스 요금인가요?"
"OO 구에서 운행하는 버스니까, 그냥 타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버스 파업으로 인해서 구청에서 임시 버스를 마련해 준거였다.
10분 후에 그 버스를 타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편안히 가게 되었다.
임시 버스를 마련하기 위해 밤새 분주하게 움직였을
공무원분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급하게 전세 버스(관광버스) 여러 대를 수소문하고,
각 버스마다 운행할 노선을 선정하고,
주요 버스 정류장마다 현장 인력을 배치하는 등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만,
시민들이 불편 없이 이용을 할 수 있을 테니,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공무원 여러분께
감사함이 느껴졌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다니는 길에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다면,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임시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애써 주신 공무원분들의 노고 덕분이다.
따뜻한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건,
농부의 노력 덕분이고,
싱싱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건,
어부의 노력 덕분이다.
우리가 먹고, 쓰고, 즐기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수고와 땀이 담겨 있다.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