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의 쓴맛을 경험하다

by 부의엔돌핀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전자책 초고를 썼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글쓰기 지만,

막상 전자책의 내용으로 쓰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백지상태인 워드 화면을 바탕에 띄워 놓고는

한참을 망설였다.


첫 문장을 뭐라고 써야 할까?

첫 문장부터 썼다 지웠다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가니 글쓰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잠시, 중간에 또 딱 멈췄다.

글의 흐름을 보려고 첫 문장부터 올라가서 다시 읽어 봤다.


어쩜 글이 이렇게 형편없을 수가 없었다.

고치고 또 고치고를 몇 번 했다.


완성도 못 한 채 졸음이 몰려와서 컴퓨터 전원을 껐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니,

초고 생각이 계속 났다.


이런 이런 부분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평소에 부족한 잠을 조금 더 자지만,

토요일에는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났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된 초고를 열고 천천히 읽었다.

글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첫 문장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초고부터 이렇게 힘든 작업일 줄은 몰랐다.


나를 포함해서 21명이 쓰는 책이라,

분량도 A4 용지 3장 정도 될 것 같은데,

이 분량마저도 초고 쓰기가 참 쉽지 않았다.


어느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초고는 그냥 다 토해 내는 거라고.


흐름, 줄거리, 문법, 뭐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온전히 다 쏟아붓는 거라고.


마치 가방을 뒤집어서 탈탈 털듯이 말이다.


그런데, 해보니 말이 쉽지 그렇게 안 된다.

계속 손이 가서 고치고 또 고치게 된다.


어제 오전에 겨우겨우 초고를 완성하여 전달하였다.

완성이란 표현보다는, 기한이 있느니 그냥 보냈다.


전달하고 나니,

고구마 한 100개쯤 먹은 것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출간하시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알게 되었다.


그 책이 좋다 나쁘다 와는 상관없이,

책을 내셨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초고를 썼으니,

다음 주부터는 어두운 퇴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퇴고의 지옥은 또 얼마나 쓴맛이 날지

벌써부터 얼굴이 찡그려진다.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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