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에 집에 갔더니,
아내가 국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동태탕이었다.
동태탕은 한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라
지금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내가 동태가 어디서 났는지 물었다.
아내는, 이번 설 명절에 대전 집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장모님께서 손질을 다해서 얼려 놓으셨다고.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 결혼하고 동태탕 처음으로 끓여 봤다!"
결혼 생활이 18년으로 접어드는데,
처음 동태탕을 만들어 봤다는 사실을
나도 처음 알았다.
동태탕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축적되고,
운이 맞아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처음이라는 사실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생선 요리는 손이 많이 간다.
배를 갈라야 하고,
내장도 꺼내야 하고,
피도 깨끗하게 씻어 내야 한다.
그리고, 동태탕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그 어우러진 맛을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40대 주부들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머님이 추운 겨울에 해 주시는 동태탕을 참 좋아했다.
무가 풍성하게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고,
내가 좋아하는 두부도 큼직하게 숭숭 썰어져 있고,
살이 두툼한 동태를 발라 먹는 것이 좋았다.
살짝 매콤한 동태탕 한 그릇이면,
매서운 동장군이 찾아와도 든든하였다.
목요일 저녁에 처음 먹어본 아내의 동태탕은,
어머님이 해 주신 것에 비하면 갈 길이 한참 멀다.
무만 한 입 먹어 봐도
동태탕의 맛이 어떨지 짐작이 갔으니까.
아내의 첫 동태탕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모든 처음은 다 이렇게 시작한다.
흑백 요리사에서 최종 우승을 거둔 셰프들도,
첫 시작은 분명 이랬을 거다.
본인이 먹어 봐도 맛을 알 수 없는,
음식을 수도 없이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 있었기에,
기어이 자신이 원하는 맛을 성취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 봐야 한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책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 봐야 하고,
아무리 써도 나아지지 않는 글도,
한 번 더 써 봐야 한다.
그래야 기어이 책이 이해가 되고 글이 나아진다.
아내의 동태탕은 부족했지만 예상외로 맛있었다.
"처음 한 것치고는, 맛이 괜찮은데!"
한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퍼다 먹었다.
동태탕을 포기하지 말라는,
내 무언의 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