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부터 사회생활을 해 오고 있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말 한 번쯤은 누구나 듣게 된다.
'인맥이 중요하다. 인맥을 쌓아라.'
나도 이 말에 절대 공감한다.
살다 보면 인맥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생활하면서 인맥을 쌓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었다.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으려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기도 하고,
명절에는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덕분인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도움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쪽도 뭔가를 원해서 서로가 주고받는 거래였었다.
이런 게 바로, 정치다.
서로가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교환하는 것 밖에는 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다.
받을 때는 달콤했던 도움이,
알고 보면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었다.
이 '빚'을 갚지 않으면, 다시는 도움을 받지 못한다.
마치 은행에 진 빚을 갚지 못하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면, 인연은 어떤가?
인연은 도움이 될까 안될까를 머리 아프게 계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묻는 것도 요구하는 것도 없다.
내 도움이 필요할 때, 그저 손을 내밀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기쁘거나 슬플 때 생각나는 사람은
거래의 끈으로 엮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마음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인맥은 정보를 교환하는 정치 같은 것이고,
인연은 마음을 나누는 문학 같은 것이다.
핸드폰 연락처를 아무리 뒤져 봐도,
내가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전화할 상대가 단 한 명도 없다면,
참, 서글프지 않을까?
김 OO 대표님,
이 OO 대표님,
박 OO 전무님,
강 OO 상무님,
송 OO 이사님.
내 연락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많은 분들이 이런 타이틀을 달고 저장되어 있다.
어려서 함께 자라온 친구들,
철이,
영수,
미영이,
재순이,
수현이,
재광이,
홍구......
이 친구들의 전화번호는
점점 대표, 상무, 전무, 이사 타이틀에 묻혀 버렸다.
우리가 평생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맥이 아니라 인연이다.
따스한 봄날 소중한 친구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려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