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만난 엄마와 아이의 대화

by 부의엔돌핀

지난주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버스 맨 뒷자리 바로 앞에 서 있었고,

뒷자리에는 엄마와 남자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 아이는 아들들 또래 정도로,

초등학교 3 ~ 4학년 정도 되어 보였다.


아이의 무릎에는 책가방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버스의 차 소리와 함께 내 귀에 들려왔다.


늦은 시간에 학원을 다녀오면서

거기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 같았다.


아이가 무슨 잘 못을 저질렀는지 내막은 모르겠으나,

엄마가 하는 말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이를 다그치거나 몰아세우는 말들이었다.


"그렇잖아, 안 그래?"

"이렇게 했었어야지!"

"그럼 거기 뭐 하러 가?"

"선생님한테 물어봤었어야지, 물어봤어, 엉?"


이런 엄마의 날 선 말들에 아이는 주눅이 들었는지,

목소리는 갓 태어난 어린 새처럼 가냘팠고,

그리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게 아니라....."

"선생님한테......"

"그건, 제가......"


아이의 말은 "요."자로 끝났다.

평소에도 엄마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의 말은 존댓말이었으나,

말처럼 엄마를 공경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보다 먼저 내렸고,

나는 두 사람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버스에 내려서도 엄마는 아이를 앞에 세워두고,

계속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버스는 그들을 뒤로한 채 떠났다.




약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건, 단순히 이 대화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평소에도 자주 아이를 다그치는구나.

그리고, 아이는 엄마에게 늘 주눅이 들어 있구나.'


아무리 아이가 잘 못을 하여도

공공장소인 버스 안에서까지 아이를 다그친다면,

이건 단순히 그날 하루뿐만이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엄마는 자주 아이를 다그쳤을 것이고,

아이는 엄마의 날 선 목소리에 주눅 들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나도 아이들을 몰아세우거나 다그치기만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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