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by 부의엔돌핀

나는 내 물건들을 아끼는 편이다.

그중에서 늘 들고 다니는 핸드폰을 가장 아낀다.


최신형 핸드폰은 아니지만,

오래오래 쓰고 싶은 마음에 늘 조심조심 다룬다.


지금의 핸드폰은 출시된 지 6년 정도가 되었다.

매년 새로운 핸드폰이 출시되니 정말 구형이다.


구형이지만 주기적으로 액정 보호 필름과

핸드폰 케이스를 교체해 와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는 내 폰에 맞는 필름과 케이스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액정 필름과 케이스가 최신형에 맞혀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폰으로 교체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한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사무실에서 걸어가면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다가

실수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핸드폰이 바닥과 충돌하는 순간

아주 작은 검은색 물체가 앞쪽으로 휙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는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핸드폰 상태가 우선 이였으니까.


다행히 핸드폰에는 이상이 없어서 통화는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통화를 끊고 핸드폰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케이스 아래 모서리 부분이 깨진 것을 발견하였죠.


캡처.PNG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바닥에 충돌하는 순간 앞쪽으로 튕겨 나간 조금만 물체가

바로 저 모퉁이의 조각이었다는 것을.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팠다.


<흉터>


흉터가 돼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 마음 챙김의 시 -




핸드폰 케이스야.

부끄러워하지 마라.


몸에 금이 가고,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은,


네가 수년간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낸

너의 자랑스러운 흉터다.


그러니 부끄러워 고개 숙이지 마라.


단 하나의 금도 없이

매끈한 몸을 가진 케이스를 만나더라도

뒤로 숨지 마라.


그에게는

네가 몸으로 겪어낸

수많은 고통의 세월이 없다.


너는

시간의 세례를 받은 고전과도 같다.


나도 너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니,

너도 당당해져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흉터.

이 흉터는 살아낸 흔적이다.


이 흉터는

한 해가 지나면

몸에 새겨지는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나무가 한 해를 살아내면

몸에 나이테가 새겨지듯이,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흉터가

바로 우리 삶의 나이테다.


사랑에 실패했다고,

취업에 실패했다고,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고통의, 아픔의 흉터가

우리를 더 큰 나무로 성장시켜 줄 것이며,


마음에 남은 수많은 흉터는

한평생 전장을 누빈

퇴역 장군의 훈장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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