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유하라

by 부의엔돌핀

우리 집에 있는 차는 나이가 꽤 많다.

2007년도 생이니 사람으로 치면, 곧 성인이 된다.


한 1년 전만 해도 차를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핸드폰에 자동차 시세를 알아보려고,

앱도 몇 개 설치했다.

중고차도 괜찮겠다 싶어서 중고차 앱도 추가로 깔았다.


그러고는 쉬는 날마다 앱에 들어가 시세도 보고,

이 차가 좋을지, 저 차가 좋을지,

또 외제차라면 중고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열심히 구경했다.


시세를 보면서, 월 얼마를 납부하면 되겠다는 것도,

계산기를 두들겨 맞혀 보았다.


한동안은 여기에 빠지다 보니 재미도 느꼈다.

그래서 사지도 못 하는,

고급 승용차의 차 시트 색깔은 뭐가 어울릴지

나름 고민도 했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실제 소유주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은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고,

몇 개월 전에는 설치했던 자동차 관련 앱들을 모두 삭제하였다.


그리고 삭제하고 남은 빈 공간을,

알라딘, yes24, 교보문고 앱으로 채웠다.


자동차 앱들을 지운 이유 중에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이제는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흥미를 잃게 만든 원인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 씨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늦었지만,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이 더 소중하고,

아이들과의 대화가 더 소중하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더 관심이 가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


고급 식당에 가서 값비싼 음식을 먹지 않고도,

따뜻한 콩나물국밥이 맛있다고 공깃밥을 더 시켜 달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물질에 가치를 두는 사람도 물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서,

행복감을 찾는 사람이다.


나도 한때는 소유한 것들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이 당연하고,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인 줄 착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지 좀 알 것 같다.


나는 물질을 소유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행복을 더 느끼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사람이 더 풍요롭고 더 나은 삶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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