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은 감이다.
아버지가 가을이면 대봉시 감을 정말 많이 사 주신다.
대봉시는 그냥 먹으면 떫어서 먹기 힘들고,
주로 익혀서 달콤한 홍시를 만들어야 먹기 편하다.
대봉시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말랑해지면서 빨간 홍시로 변한다.
우리 집은 베란다에다 상자 종이를 깔고
이렇게 대봉시를 놓고 익히고 있다.
대봉시 겉모습만 보면,
어떤 것이 더 빨리 홍시가 될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먼저 홍시가 되었다고,
더 맛있을까?
앞에 있다고 먼저 홍시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뒤에 있다고 늦게 홍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봉시도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자신만의 속도로 홍시로 익어가고 있었다.
다른 대봉시 속도를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씩 홍시가 됐나? 하고 대봉시를 만져 보면,
누구는 다 되어가고, 누구는 아직 멀었다.
그렇다고, 홍시로 빨리 변한 대봉시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직 홍시와는 거리가 먼 대봉시가 이상한 것도 아니다.
각자 자신만의 속도로 홍시로 변주되어 가고 있다.
1등으로 홍시가 되었다고 그 홍시가 제일 맛있을까?
홍시가 된 것부터 먹어 보고 있는데,
먼저 됐다고 맛까지 1등은 아니다.
맛은 홍시가 되는 순서와는 별개다.
오히려 며칠 늦게 되는 홍시 중에 더 맛있는 것도 있었다.
대봉시가 홍시로 변해가는 것이,
꼭 사람과 같다.
옆에 사람이 먼저 간다고 굳이 그 사람의 속도에 맞힐 필요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나도 같이 치장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이다.
내가 가진 속도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낼 수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속도만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맛을 놓칠 수가 있다.
나는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익어 가고 싶다.
누구보다 제일 먼저 홍시가 되기보다는,
느리지만 내면에 깊은 맛을 간직한,
그런 사람으로 무르익어 가고 싶다.
내가 가진 것들로 나만의 깊은 맛을 만들어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