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을 열어보다 쓰다
주제가라고 하면 어쩐지 촌스럽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라고 하면 멋져 보였다. 이제 생각하니 주제가는 ‘테마송’을 의역한 말이었던 듯.
영어가 더 멋지다는 게 아니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주제가라고 말하면 어째 계몽주의나 캠페인 냄새가 나는 거다. 나만 그런가? 어쨌든.
음악이 좋아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았는데, <러브 레터>가 그랬다. 이와이 슌지의 뽀얀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음악 감상실에 가는 기분으로, 돌비 시스템이 가장 좋은 극장으로 갔더랬다.
여기서부터 기억이 확실치 않다. 곤티티의 <방과 후 음악실>을 이 영화에서 들은 줄 알았는데 ost 목록에 보이지 않는다. 다른 기억과 섞여버렸을까? 처음 들었던 때가 비슷했던 건지도. 영화를 찾아보면 될 일이지만 어디에 나왔건 음악 듣는 데는 문제없으니 그냥 둔다.
음악의 소환력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인간을 ‘그때 그곳’으로 날려보낸다. <방과 후 음악실>을 들으며 우체통을 연다. 경첩소리가 악보에 섞여든다. 비어있을 때가 더 많다. 어쩌다 편지가 있으면 양손 끝으로 부스러질세라 잡고 들어온다.
바로 봉투를 뜯지 않는다. 음악을 틀고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큰 잔에 따라 첫 모금. 다시 한 모금, 큰 숨 한 번. 천천히 편지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