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Aug 02. 2022

모지레기와 모꼬지

옛날 사진을 정리하다 쓰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모지레기와 모꼬지.


더이상   정도로 끝이 닳아버린 물건을 모지랑이라 하고, 제줏말로 모지레기라 한다. 뭉그러진 숟가락 같은 거. 옛날집 문에서 심심찮게   있었다. 문고리에 끼우면 딱이었으니까.


큰못을 매어 쓰기도 했다. 대가리 쪽에 줄을 매어 고리에 쏙. 제주 어떤 지역에서는 못을 모꼬지라 하는데, 문고리에 꽂혀 있는 모습과 매우 잘 어울리는 말이다.


가끔 젓가락을 이용하기도 한다. 숟가락 젓가락은 어느 집에나 있고, 닳거나 녹슬어 못 쓰게 된 숟가락이나 짝 잃은 젓가락이 늘 생긴다. 기능을 잃은 사물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새 일을 준다.


물건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모지레기와 모꼬지, 새 삶을 사는 사물을 보기 힘들어진다. 사물이 사라지니 말도 사라질 거다. 모지랑이와 모꼬지(표준어로는 모임이라는 말)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이런 내용으로, 모지레기 사진을 찍어 두었더랬다. 잊어버리고 있던 데에 복수라도 하듯, 너븐 DB 세상에서 실종 상태다. 다시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군.


매거진의 이전글 모서리 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