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접기

달력을 넘기다 쓰다

by 시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8월이 되면 일년이 반으로 접혔다는 생각이 든다.

모서리를 꾹꾹 눌러 접어 아랫면은 잠시 덮어 두고

빈 윗면에 써넣을 문장을 곰곰 생각해보는 거다.

왜 7월이 아니고 8월인지 묻지 마라. 내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달이 바뀌었대도 빈 종이만 보면 머리도 비는 건 똑같다.

아래 반쪽은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도 도움이 안된다.


다 쓴 노트를 한 번 더 쓰는 습관이 있었다.

급하게 쓴 메모와 낙서들을 깨끗하게 정서하지 않고는 새 노트를 쓰지 못했다.


메모리카드를 정리하다보니 차곡차곡 백업해두지 않은 사진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 골치가 아프다.

새 작업은 고사하고 묵은 것들 정리하는 데만 6개월 걸릴 것 같다.


폴더 마구 열어보다 관뒀다.

한 번에 하나씩만 하자.

제일 윗면부터 쓰자.

뒷면은 잠시 잊자.


본래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한다.

운전할 때 전화 받으면 딴 데로 간다.

돌아가다가 통화내용을 까먹는다.

그나마 집중력은 쓸 만했는데 요즘은 그도 시원찮다.

한 번에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한다.

열쇠를 넣으면서, 열려고 넣었는지 잠그려 했는지 까먹는다.


집중하자.

접은 종이 자꾸 펴 보지 말고

눈앞의 한 단어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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