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 <한밤의 아이들>을 읽다 쓰다
한밤의 가운데였다. 24시가 0시로 바뀌는 때 병원 주차장 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폰 잠금화면의 날짜가 바뀌는 걸 보며 픽 웃었다. 이런 시각 이런 장소에서 하필인지 마침인지 이 책을 읽고 있군.
살만 루슈디가 테러를 당했다는 뉴스를 들었고, 그는 오랫동안 살해위협을 받아왔지 참 험한 인생이구나 생각했고, 문제의 책 <악마의 시*>를 읽어보자 싶었고, 전쟁같은 책방을 한나절 뒤졌지만 찾지 못했고, 대신 찾은 <한밤의 아이들>을 읽기 시작했었다. 병원 주차장은 이것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니 생략.
(* <악마의 시>는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이슬람 금서가 되었다.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는 살만 루슈디를 처단하라는 종교 법령 ‘파트와’를 내리기도 했다.)
오래전 이 책을 동화로 읽었다. 어린이문고판이었다는 게 아니라 동화로 읽혔다는 뜻이다. 그때 아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화와 환상이 듬뿍 든 이야기라서이기도 하다. 인도의 천일야화라고 하면 딱이다. 한역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런 문구들을 책 홍보에 신나게 써먹지 않았을까. ‘뭄바이의 천일야화’ ‘인디안 나이트’ 세테라세테라..
한밤의 아이들이란 인도가 독립하던 순간인 1947년 8월 15일 한밤에, 24시가 0시로 바뀌며 ‘그날’ ‘인도’가 시작되던 순간에 태어난 천일 명의 아이들을 말한다. 그중 한 명인 살림 시나이의 생이 본인의 말과 글을 통해 풀려나오는 소설이다. 소설이자 사기(史記)이자 우화다. 그의 삶은 곧 인도였다. 인도가 그들이었다. 한밤의 아이들이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읽은 인도 책이거나 처음으로 기억한 인도 이야기다. 이전에는 인도 하면 커리, 코끼리, 고무줄(‘인도 인도 인도 사이다’ 라는 노래) 밖에 몰랐다. 지구 반대편쯤에 있을 듯한 낯선 이름들, 묘한 말들과 문화가 넘실대는 이야기들은 조금 무섭고 꽤나 신비롭고 몹시 매혹적이었다. 한마디로 인도 천일야화에 푹 빠졌다. 인도의 역사와 언어, 종교와 신화, 전통과 민화, 환상과 현실이 엉키고 섞이며 부글부글 끓는 무섭고 신비롭고 매혹적인 책.
금서라는 존재는 얼마나 마술적인가. 위험하여 매혹적인가. 아이적에 나는 이야기꾼은 모두 마술사인 줄 알았다. 마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이야기를 쓴단 말인가. 새벽에 집에 돌아오니 다른 마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2권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다! 새로 사야 하는 건지 언젠가 나타날 테니 빌려 읽어야 하는 건지 선택과 결정은 어렵고 당장 뒷이야기는 궁금해 미치겠고 진퇴양난 첩첩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