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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Mar 23. 2023

하나의 사물

담벼락이야기 01

늘 비슷한 데 눈이 가고 비슷한 걸 비슷하게 찍는다. 이젠 사람들이 알아서 손짓으로 알려 주기도 한다. 저기 봐, 풀이야. 손가락이 가리키는 데로 가 쪼그려 앉는다. 안다. 다 그 사진이 그 사진이다.


열 장을 펼쳐놓든 스무 장을 펼쳐놓든 비슷한 담벼락에 비슷한 풀때기 사진이다. 그런데 나만 아는 게 있다.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어느 동네 담벼락이고 어느 집 문틈에 난 풀인지 보면 다 안다. 지도앱이며 걷기어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사물을 내 안에 깊이 찍어두는 일이기도 하다. 흔한 담벼락과 다 똑같은 풀때기가 그게 그거가 아닌 ‘하나’의 사물로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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