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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un 17. 2023

집의 입구, 하나.

유모차 앞에서 쓰다

사람의 집에 대해 생각한다. 집앞에 평상을 두고 비질을 하는 모습을 요즘은 볼 수 없다. 아침에 대문을 열고 문앞을 쓰는 일은 손님을 맞을 준비이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 집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기운만을 등등하게 띠고 있다. 온갖 잠금장치와 경고문을 두른 모습으로. 집의 대문을 얼굴이라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마에 ’출입금지‘ 띠를 두르고 한껏 찌푸린 얼굴들을 매일 보며 사는 셈이다. 금지와 요구의 말을 두르고 도열한 얼굴들의 사이를 지나다니는 일이 유쾌하긴 어렵다. 돌이켜보면 낯선 동네를 걷는 일이 유독 피로할 땐, 집담마다 감시카메라가 달려있는 길에서였다.


집의 입구는 놓인 사물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번쩍거리는 금빛 명패와 아이 손으로 강아지의 이름을 써넣은 문패가 같지 않을 것이다. 달린 위치만으로도 우편함의 사용 빈도를 짐작할 수 있고, 조금 더 안쪽 문가까지 볼 수 있다면 거기 있는 물건을 자주 사용할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시골길이 좋다. 들어오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는 얼굴은 없다. 문가에는 유모차와 지팡이, 우산이 놓여 있다. 집앞에 잠시 앉아 신발끈을 고쳐 매고 쉰대도 야단하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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