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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un 07. 2023

난독인의 간판 읽기

간판 앞에서 쓰다

어린 나이에 책을 읽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당연히 있다. 아이들에게 영재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야 미미한 단점쯤은 없는 셈치고 싶을 테지만.


아빠는 바쁘고 엄마는 더 바빴다. 모르는 말을 물어봐서 친절한 답이 돌아오는 건 딱 두 번까지였다. “엄마, 개암이 뭐야?“는 세 번째 질문이었고 돌아온 답은 “바쁘다 안캤나, 저녁에 아빠한테 물어바라.” 였다. 저녁까지 기다릴 수 없던 얼라는 밤 도토리 비슷한 건가보다 짐작하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실물 개암을 본 적이 없는지라 아직껏 그런 걸로 생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홀로 문해력을 키워갔으나 마땅한 쪽으로만 큰 건 아니라는 얘기다. 짐작은 짐작일 뿐이어서, 엉뚱한 의미를 단어에 입혀 버리곤 했던 것. 문해력이 상상을 만나니 난독이 되기도 하더라. 이해력과 난독력이 함께 늘었다.


곰국은 곰고깃국인 줄, 동전세탁소는 동전을 닦아주는 가게인 줄 알았다. 지금도 비슷하다. 어제, 간판에서 ‘死後관리’라는 글씨를 읽고 화들짝 놀라 찰나의 안드로메다 여행을 하고 왔다는 얘기를 길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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