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서 깨서 쓰다
이틀 연속으로 악몽을 꿨다. 간밤엔 물에 빠졌다. 온천처럼 뜨거운 물이었다. 찬물이 폐에 들어가는 것과 뜨거운 물이 들어가는 것 중 어느쪽이 더 빨리 죽을까, 한가롭게 생각하다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입을 벌려 어푸어푸 소리를 냈고 한바퀴 돌아 귀로 들어온 으으으으 소리에 깰 수 있었다.
허리는 아프고 지진 경보까지. 새벽내 뒤척이다 설핏 신령님을 뵈었는데 여차저차 백만 원을 하사하시겠단다. 한데 신령 신분에 현금 거래를 할 수 없으니 현물로 주겠다며. 피아노를 줄테니 혼자 차지하지 말고 길에 두어 공용으로 쓰라 하신다. 속세의 시세를 너무 모르시네. 백만 원으로 피아노 못 살텐데. 멜로디언이라면 모를까. 소리내 말하지는 않았다. 삐져서 한입으로 두말할까 봐. 신계 특특특 할인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고. 그나저나 저 피아노 못 치는데요. 물론 이 말도 하진 않았다. 아무나 치고 나는 듣기만 하면 될 일이니까. 혹시 알아, 스타인웨이가 뚝 떨어질 지. 대여비로 백만 원 챙기라는 속깊은 의미일지도.
그러니까 이도 결국 개꿈인 건 매한가지인 건데, 뭐 뒤숭숭한 꿈자리의 원인이 짐작은 간다. 겨울엔 제일 따뜻하고 폭신한 잠자리를 찾아 닝겐의 몸을 파고드는 냥님들 덕(?)일테지. 도합 9킬로그램의 무게가 장기를 압박하니 호흡이 불안정할 수밖에. 어쩐다, 그만큼 내 몸에서 감량해내야 하나. 좋은 비법이나 악몽 쫓는 부적 소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