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바타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읽다 쓰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자고 일어나니 늦은 밤이었다. 스탠드를 켜고 머리맡에 있던 책을 집어 폈다. 몇 페이지만 읽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 이른 아침이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이방인>만큼 충격적인 처녀작이라는 문구를 이해하긴 어렵다. 우리에게 이방인은 처녀작도 청년의 작품도 아닌 고전이었으므로. 다만 이 책을 쓴 저자가 스물 한 살의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다. 흥미를 유발하는 대단한 서사도 없이(실제로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 서사라는 게 이미 쓰인 역사를 토대로 하고 있으므로 호기심 자극 요인이 적다는 의미에서) 독자를 빨아들이는 필력을 갓 소년을 벗어난 나이에_어떻게?
역자인 김화영 선생도 ‘책을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즉시 문장은 짧고 여운은 긴 이 소설의 매혹에 빨려들고 말았다.’라고 쓰고 있다. 언어에서 스며나왔을 매혹은, 원어인 프랑스어도 소설의 배경인 ‘안남(원제)‘어도 아닌 이국의 언어-한국어 책에서도 어김없이 흥건하니, 이것만으로도 좋은 번역이라 감히 말해도 좋으리라.
안남은 한때 베트남 지역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의 나라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어판 제목이 <다다를 수 없는 나라>가 된 의미도 여기 있겠다. 데뷔 전의 프랑스 청년이 먼 시대 먼 땅의 이름을 들어 ’다다를 수 없는 나라‘의 이야기를 하게 한 ’향수‘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