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선생님의 책들에 부쳐
그때 나는 차 안에 있었다. 억 소리가 났고 시계가 부풀다 사라졌다. 운전 전이라 다행이었다. 사방이 왁왁했다.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들이 멀어져 있었다.
나는 그를 모른다. 상관없는 남이다. 아는 건 이름과 과거사 몇 줄뿐. 책 몇 권을 읽은 게 관계의 전부다. 그런 것도 관계라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통증은 뭘까. 환상통인가.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외삼촌의 발병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땐 ㅎ와 같이 있었다. 그의 말에 흐른 줄도 몰랐던 눈물을 닦았다. 냉랭한 표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꾸짖음을 당한 듯했다. 감정에 죄책감이 들었다. 외삼촌은 몇 해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그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찾아보지 않았다. 추억하며 슬퍼하는 일도 내 몫은 아닌 것 같다. 완전한 남이니까.
다만 나는 엄살 많고 약해빠진 인간이라서 안 아픈 척만은 못하겠다. 있지도 않은 친구를 잃은 헛 통증을 삭이려 책을 꺼내 든다. 그를 견디고, 살게 했던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어야겠다. 그를 많이 그리워하게 되겠지. 그쯤은 해도 될테지.
서경식 선생님의 평안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