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를 읽다 쓰다
“천재성이란 본질적으로 적응력이자, 집요하고 긍정적인 집착이다. 거기서 집요함을 빼면 남는 것은 한순간의 열정에 지나지 않는다. 적응력을 빼면 남는 것은 파괴적인 광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긍정적인 집착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2024년 시작된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SF소설이며, 1993년 출간되었다. 올해의 숫자, 2024에서 자꾸 떠오르는 기시감 같은 것이 있어 기억의 책장을 먼지나게 뒤진 끝에 이 책을 찾아들고, 읽었다.
1940년대에 나온 <1984>를 1990년대에 읽었을 때의 기묘한 느낌. 먼 미래로만 여겼던 2024년이 현재가 되고, 아니 빠르게 과거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을 묘사하는 디스토피아를 읽는 느낌이 그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암울하다. 이건 현재의 일이 아니라고, 현실의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