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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 약

by 잎차

위염이 생겼다고 한다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알코올을 부었다

상처가 낫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나는 영영 낫지 않으니

그럼 평생을 아파하겠지

취한 뇌는 그것이 좋다 말하고

그래서 나도 좋다 말해서

세상엔 좋은 것 뿐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머리카락이 타는 따뜻한 냄새가 나면

남은 담배를 삼키고 싶어진다

따뜻하겠지 다정하겠지 사랑하겠지

불티가 목구멍을 가르고

폐가 까맣게 잠들면

이 밤도 끝이 나겠지


약이 목에 걸린다

걸린 약이 녹을까

식도가 위산을 분비할까

분비한 산에 목이 녹을까

녹은 목에 구멍이 뚤릴까

구멍난 목이 숨을 쉴까

마침내 효과를 낼까


어릴땐 재밌는 시를 썼는데

땅콩과 옹달샘과 웃음에 대한 시를 썼는데

이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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