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지연 Mar 15. 2022

쿠지도 아 포르투게자

Cozido à Portuguesa 포르투갈 몸보신 음식

 겨울이면 한 번씩 몸이 으슬으슬 해지면서 따듯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한국에 있다면 삼계탕, 추어탕, 설렁탕, 곰탕 등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한국식 몸보신용 음식은 언감생심이다. 

 몸이 비실비실해져서야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인데(평소에는 고칼로리의 특히나 고기국물류는 잘 먹지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을 요리하는게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숟가락만 거의 들 수 있는 상태다. 

 한 번은 푹 고은 꼬리곰탕을 먹겠다고 소꼬리를 파는 대형마트에 가서 소꼬리를 사와서 7시간을 푹 고아서 설렁탕을 해먹었다. 그리고 고기냄새에 이미 지친 상태지만 뼈는 두번, 세번 우렸을때 더 깊은 맛이 난다며 이 과정을 두 번 더 반복했다. 몸보신을 원했던 나는 정작 한 그릇 먹고 맛에 질려버리고 나머지 국물은 다 얼려버렸던 기억이 있다. 

 정말이지 먹고 싶을 때 딱 한 그릇만 사서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이런 포르투갈에서 몸이 허해졌다 싶을때 남편과 먹으로 가는 음식이 있다. 

 쿠지도 아 포르투게자라 불리는 요리로 소, 돼지, 닭의 다양한 고기 부위와 츄리소(포르투갈식 소세지)를 푹 삶은 후 삶은 채소들과 같이 먹는 음식이다. 

사진 출처 : teleculinaria

 고기들을 오랜시간 익혀서 포크로 살짝만 손을 대도 고기가 부드럽게 흩어지는게 포인트인 요리다. 

 나는 이 요리를 먹을때 고기부분도 맛있긴 하지만 익힌 채소가 특히 배추가 아주 입에 맞다. 

 한국에서는 채소를 먹을때 식감을 살려 먹는 요리가 많다 보니 채소 자체를 푹 익히는 경우가 잘 없는데 포르투갈에서는 채소류는 샐러드를 제외하고 보통 푹 익히는 방법으로 요리를 한다. 

 고기 육수가 배어 푹 익은 배추와 고기 한 점을 먹으면 체온이 1도 올라가는 따듯함을 배 속 가득히 느낄 수 있다. 


쿠지도 아 포르투게자는 만드는 식당의 요리사에 따라 들어가는 메뉴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북쪽 지역 출신의 요리사인 경우에는 내장을 섞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포르투갈 특히 북부는 고기의 내장도 먹어서 내장을 활용한 요리도 많은데 이런 부분이 리스본 사람들이 북부 포르투 사람들을 놀릴때 ("내장도 먹는 야만인들!" )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기들은 전 날 핏물을 빼고 마늘, 통후추, 월계수 잎을 넣은 물에 푹 익을 정도로 익힌 후 고기는 건져내고 그 물에 채소를 삶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음식에 올리브 오일을 채소 부분에 둘러 윤기를 내주고 식기 전에 빵과 함께 먹으면 된다. 


포르투갈은 봄이 오는 것처럼 꽃들이 피더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하며 쌀쌀해졌다. 

내일은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쿠지도 아 포르투게자를 먹으로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밥 차리기 귀찮을 때 포르투갈에서는 뭘 먹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