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고 아사두_포르투갈 피리피리 치킨
코로나로 강제적인 주부생활을 하면서 우리집에서 요리는 나의 담당이 되었다.
평소에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남편보다는 내가 솜씨가 더 좋기에 결정된 것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거도 매일 하게 되면 일처럼 느껴지고 하기 싫어지는 건 똑같은거 같다.
평일에는 보통 남편과 같이 먹는 한 끼만 요리를 하고 혼자 먹는 밥은 냉장고에 있는거로 간단하게 먹는다.
문제는 주말이다. 직장인들이 쉬는 주말에도 난 요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항심이 생긴다.
아침으로 카페에서 빵과 카페라떼(갈라옹)을 먹으면서 벌써 점심에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 뭘 요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도저히 뭘 해먹어야 할 지 생각이 안날 때, 한국에서는 짜파게티를 끓여 먹는다면 포르투갈에서는 프랑고 아사두; 치킨 구이를 사다 먹는다. (프랑고는 닭 / 아사두는 구운 요리를 의미한다.)
그릴구이집(churrasqueira)이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로 프랑고 아사두는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다. 특히 주말이면 맛있는 치킨집으로 소문 난 곳은 점심 때 전에 치킨을 사려는 줄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복잡해진다.
줄이 너무 길어지기 전에 남편을 보낸다.
그동안 난 집에서 밥솥에 쌀을 올리고 같이 먹을 샐러드를 준비한다.
그리고 치킨을 사올때 꼭 잊지 말고 부탁하는게 있는데 반마리는 레몬+버터 소스, 다른 반마리는 피리피리 소스를 뿌려달라고 한다.
남편은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레몬+버터 소스를 뿌린 치킨을 먹고 나는 매운 피리피리 소스를 뿌린 치킨을 먹는다. 피리피리 소스는 올리브 오일에 매운 고추를 절여 만든 포르투갈 식의 고추 기름이다. 바베큐 식당에서는 직접 만드는 피리피리 소스를 사용하기에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만약 바베큐 집을 가는 시간을 놓쳤다면 치킨을 못 먹는가?! 아니다. 동네 슈퍼에 가도 치킨구이를 살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치킨 구이를 사먹기가 아마 가장 쉬울 것이다.
치킨 한마리는 어마어마한 양이기에 항상 남는다. 그럼 남은 치킨으로 다음날 점심에 샌드위치나 wrap을 싸서 먹을 수 있다. 주말을 모두 치킨으로 해결 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한 포르투갈의 모든 가정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리스본에 맛있는 치킨집을 공유하니 포르투갈에 여행 오게 된다면 꼭 한 끼 정도는 프랑고 아사두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1. bonjardim(본잘딤)
https://goo.gl/maps/pyDLb6PgApCSSGAN8
관광지 중심지에 위치한 곳이여서 관광객들이 주로 가지만 포르투갈 사람들도 일부로 찾아가는 맛집 중 한 곳이다. 여기서는 프랑고아사두+샐러드미스타+바타타프리타(감자튀김)+esparregado(시금치 퓨레) 조합으로 먹는게 가장 맛있다. 특히 시금치 퓨레와 치킨의 조합이 좋은데 꼭 같이 먹어 보길 추천한다.
2. primavera(프리마베라)
https://goo.gl/maps/KtTSVJJnMxYLKFEz8
본잘딤 보다는 로컬이 더 많이 가는 식당이다. 12시를 조금만 넘겨도 이미 식당 밖으로 긴 줄이 생긴다.
이곳에서는 그릴에 구운 치킨보다 꼬치에 구운 치킨을 더 추천한다. 역시 치킨+샐러드미스타+바타타프리타+밥 이렇게 먹어 보길 추천한다.
3. rio de mel(리오 드 멜)
https://goo.gl/maps/8yS6Te9GVwv1CM2j7
여긴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래된 중산층 동네의 맛집이다. 닭을 정말 맛있게 굽는다. 우리집에서 거리가 멀어도 자주 가는 식당일 정도로 애정하는 식당이다.
4. churrasqueira do marques(츄라스퀘이라 두 마르퀘시)
https://goo.gl/maps/PhDwsVQecuW4W8s28
여기도 구이집인데 치킨이 메인이지만 다른 고기구이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위치가 벨렘(제로니모스 수도원과 에그타르트 원조집의 동네)이어서 점심 시간 이 곳에 있다면 가기 괜찮은 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