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송무 변호사가 겪는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송무 변호사는 불규칙한 수입, 감정 소모, 치열한 경쟁, 전문성 부재, 과로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법률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변호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사내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사내변호사는 법조인들에게 비교적 매력적인 경로로 여겨집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과 안정적인 급여, 법정 다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은 송무 변호사와 대비되는 사내변호사의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또한 특정 산업에서 법무 전문성을 쌓아 나갈 수 있어 전문성을 원하는 변호사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내변호사로 들어가 보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연봉과 직급의 불균형, 역할의 모호성, 조직 문화와 내부 정치의 스트레스, 그리고 불확실한 커리어 전망 등 다양한 난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내변호사의 연봉은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금융권, 특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사내변호사는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지만, 제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에 속한 사내변호사는 오히려 송무 변호사보다 낮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변호사에게 별도의 급여 테이블을 적용하기보다 일반 직원과 동일한 급여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사내변호사의 연봉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직급 문제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사내변호사를 차·부장급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리급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사내변호사와 일반 직장인의 처우 차이가 거의 없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변호사라는 자격이 기업 내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지만, 현재는 단순 법무 인력으로 분류되면서 그 위상이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사내변호사가 회사의 신사업 등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지만, 규제가 강하지 않은 산업의 기업에서는 사내변호사에게 주요 법무 업무를 맡기지 않고, 법률 자문을 외부 로펌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사내변호사는 단순한 행정 업무나 보고서 검토만 맡게 되어, 본인의 법률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업무가 많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업무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법무팀이 기업 내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하면, 사내변호사는 영업팀, 인사팀, 전략팀 등 다른 부서의 단순한 보조 역할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특히 계약 검토나 노동법 관련 이슈처럼 다른 부서가 주도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를 경우, 법무팀의 위상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업무를 통해서 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전문성으로 경쟁력을 쌓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사내변호사 내부에서도 계급 구조가 존재합니다. 대기업 본사의 법무팀 변호사와 대기업 계열사에 배치된 사내변호사의 입지는 확연히 다르며, 계열사 소속 사내변호사는 법무팀 내에서도 하위 직군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견기업이나 계열사의 사내변호사는 조직 내에서 법무팀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조직 내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사내변호사의 근무 환경은 산업 또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IT, 금융권의 경우 입사하기 어려우며 능력있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높은 복지를 누릴 수 있지만 업무강도나 난이도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대기업의 경우 수평적인 문화와 높은 연봉, 좋은 복지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승진 기회가 적고 내부 경쟁이 치열합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에서는 법무팀 자체가 작아 조직 내에서 홀로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오너나 임원진과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대표이사의 전횡으로 인해 법적 리스크가 커지거나, 사내변호사가 경영진과 충돌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법무팀이 기업 내에서 강한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사내변호사는 사내 정치에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영업팀, 재무팀, 전략기획팀 등과 법적 해석을 두고 대립하는 경우가 많으며,
영업팀: "법무가 너무 보수적이다"
재무팀: "법무가 돈을 못 벌어온다"
전략팀: "법무가 사업 진행을 방해한다"
이러한 식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내부 마찰로 인해 사내변호사가 조직 내에서 고립되거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법무의 역할이 작은 일부 기업에서는 사내변호사를 단순한 "문서 검토 요원"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적 판단이 중요한 업무에서도 최종 결정권은 경영진이 가지며, 법무팀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많아 사내변호사가 법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합니다.
사내변호사의 승진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법무팀장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만, C레벨까지 승진하는 경우는 드물어 40대 이후의 커리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회사계속 근속하기 어려운 경우 법률사무소를 개업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내변호사의 업종 간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업종을 바꿔 이직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최근에는 같은 업종 내에서만 이직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처음 선택한 업종이 향후 커리어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한 업종 선택이 필수적입니다.
사내변호사는 송무 변호사보다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지만, 결코 "편한 직업"은 아닙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처우와 입지가 크게 달라지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연봉 상승과 승진의 기회가 제한적이며, 내부 정치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커리어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커리어 전략을 반드시 수립해야 합니다.
결국 사내변호사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편한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